먼. 산. 바. 라. 기.
상치쌈 / 조운 본문
쥘상치 두 손 받쳐
한입에 우겨넣다
희뜩
눈이 팔려 우긴 채 내다보니
흩는 꽃 쫓이던 나비
울 너머로 가더라
- 상치쌈 / 조운
토속적인 정경이 훤하게 그려진다. 두 손 받쳐야 하는 상추쌈이니 엄청 클 것이다. 입에 '우겨넣다'라는 표현과 잘 맞는다. 여름 농사일 뒤에 먹는 맛이 얼마나 달 것인가. 이때 뭔가 눈을 스치는 게 있다. 작은 나비의 움직임도 눈치챌 만큼 고요한 정경이라는 뜻이겠다. 시인은 잠시 멈추고 울 너머로 날아가는 나비를 바라본다.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것 같다.
무식하게스리 먹는 행위와 나풀거리는 나비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산다는 것은 이런 속(俗)과 성(聖)의 어울림이 아니겠는가. 아니, 아예 그런 구별 자체가 없는지도. 장자의 '나비의 꿈'도 연상된다. 시인은 순간 나비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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