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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샌. 2026. 7. 21. 12:09

 

올봄에 jtbc에서 방영한 12부작 드라마다. 찜해 두었다가 이번에 넷플릭스를 통해 몰아 보았다.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강한데 그중에서도 남자 주인공인 황동만(구교환 역)의 캐릭터가 특이하면서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뭐 저런 진상이 있나, 했지만 회가 진행되면서 그를 이해하게 되자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사람은 누구나 동만 같은 기질을 갖고 있으니까. 다만 눈치를 살피느라 드러내지 않을 뿐.

 

동만은 열등감에 젖어 있는 밉상이지만 대신 솔직하고 소년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다. 솔직함이 지나쳐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동만 입장에서는 루저로서의 삶을 버텨내기 위한 불가피한 심리적 방어 기재일 수도 있겠다. 주변의 이해를 얻기에는 지나치게 천방지축이긴 하다. 그러나 동만은 짓밟혀도 일어나는 잡초처럼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그 무엇도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만의 의지를 꺾지 못한다. 동만의 가장 큰 장점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유머로 넘길 줄 아는 능력이다. 이런 점이 동병상련을 앓던 변은아(고윤정 역)의 관심을 끌고 서로를 위로하고 의지하는 관계가 된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드라마다. 분노, 후회, 억울 등의 감정을 표현해 주는 감정 워치가 재미있는 소도구로 나온다. 동만과 은아가 손목에 차고 있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드라마는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서로간에 경쟁이 치열하고 치사한 인간들의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그 바탕에는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인간의 기본 욕구가 깔려 있다.

 

드라마에는 현실파와 이상파를 대표하는 두 인물이 나온다. 오정희(배종옥 역)와 황진만(박해준 역)이다. 현실 세계에서 누가 성공할지는 명확하다. "사는 목적이 무엇이냐"라고 묻기만 하는 황진만 같은 인물은 낙오하기 십상이다. 물론 그의 인생이 실패했다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인물은 제목처럼 각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처절하게 싸우고 있다. 황진만의 말대로 모든 인간의 이야기는 '나는 존재한다는 아우성'인 것이다.

 

깊은 상처로 패인 오정희와 변은아의 모녀 관계가 어떤 결말이 날까도 궁금했다. "내 친딸은 너 따위와 비교 안 되게 근사하다."  마지막 회에서 은아가 친구로부터 어머니의 이 말을 전해 듣고 눈물을 흘린다. 어머니는 딸에게 끝까지 냉정했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는 걸 은아는 확인한다. 원한도 죄책감도 상대를 이해하는 계기가 주어지면 풀리지 못하란 법이 없다. 

 

이 드라마는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그 상처를 딛고 일어서면서 인간적으로도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다. 크건 작건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워나가는 게 아닐까. 그렇게 열심히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sns에 몰두하는 것도 현대인의 무가치함과의 전투 모드라는 생각이 든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12부작으로 마무리하려고 그랬는지 후반에 들어 스토리가 많이 생략된 것 같아 아쉬웠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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