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본문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불편하고 괴로웠다. 이렇게 힘들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 임대아파트에서 이웃으로 살아가는 명주와 준성이 두 주인공이다. 명주나 준성이나 팔자가 기구하달 수밖에 없다. 명주는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다가 사망하자 엄마의 연금을 받아 생활하기 위해 시신을 방부 처리하고 집안에 은닉한다. 준성도 뇌졸중 아버지를 간병하며 힘들게 살아가다가 명주와 비슷한 처지에 빠진다.
둘의 삶은 안 풀려도 어쩜 이렇게 안 풀릴 수 있을까 싶다. 안 보여서 그렇지 세상에는 이만큼 힘들게 사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소설은 가족간의 돌봄과 간병 현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돈 많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너무나 힘겹고 고통스럽다. 명주나 준성이나 착한 사람들이다. 아픈 노부모 곁을 지킨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사망신고를 하지 못하고 시체를 숨겨야 하는 절박한 현실이 원망스럽다. 개인 탓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경우는 극단적이라 할 수 있지만 소설의 내용은 사실 우리 모두가 마주해야 할 현실이다. 예상하지 못한 어떤 불행이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병 들지 않고 돈에 구애받지 않고 편안하게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하지 못할 때에 현명한 선택이란 무엇일까. 혈육이라고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부양을 요구할 수는 없다. 어쨌든 집에서 케어한다는 것은 엄두가 안 난다. 부족할지라도 현재의 시스템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반가운 뉴스를 봤다. 정부에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있는 노인 환자 간병비를 건강보험에 포함시켜 본인 부담을 30%까지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간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에는 엄청난 혜택이 되리라 본다. 꼭 시행되기를 바란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 중 제일 진상은 명주의 딸 은진이다. 명주가 이혼한 후 아빠한테 있는 은진은 어려서부터 사고뭉치였는데 커서도 불쌍한 엄마의 등골을 빼 먹는다. 명주는 조금 남아 있는 돈마저 딸한테 뺏기고 결국은 시골로 내려간다. 두 노인의 시신도 트럭에 함께 싣고서. 이때 떠돌이 할머니가 동승해서 셋은 새로운 가족으로 만들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게 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피를 나눈 사이만 가족이겠는가. 고통 속에서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이웃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이라고 소설은 말하는 것 같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은 문미순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어보는데 묵직한 울림을 준다. 소설의 끝에서 흔들리는 준성을 명주는 이렇게 달랜다.
"품위 있는 삶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생존은 가능해야 하지 않겠어? 나라가 못 해주니 우리라도 하는 거지. 살아서, 끝까지 살아서,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하는지 보자고. 그때까진 법이고 나발이고 없는 거야."
이 씩씩한 외침에 안도했다. 명주와 준성, 당당하고 거침없이 살아가길 바란다. 그게 염치 없이 구는 세상을 대하는 생존 방식이 아니겠는가.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건너가는 자 (0) | 2026.07.26 |
|---|---|
|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0) | 2026.07.21 |
| 내밀 예찬 (0) | 2026.07.11 |
|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0) | 2026.07.07 |
| 이 별에서의 이별 (0) | 2026.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