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뻐꾸기를 따라간 뒷산

샌. 2021. 6. 13. 10:39

 

뻐꾸기가 뒷산을 호령하는 계절이다. 이때가 되면 뻐꾸기와 검은등뻐꾸기 노랫소리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하루 종일 집안을 채운다. 뻐꾸기는 자신이 뒷산의 주인이라는 듯 소리도 우렁차다.

 

오래전부터 검은등뻐꾸기를 만나보고 싶었지만 두 눈으로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오늘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뒷산을 오른다. 다행히 검은등뻐꾸기는 먼 곳이 아니라 산길 주변을 맴돌며 노래한다. 내 머리 바로 위에 찾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소리만 들릴 뿐 아무리 눈을 부릅떠도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여름이 되면 나뭇잎이 무성해서 새와 만나는 데 방해가 된다. 새들은 은폐하기 좋겠지만 탐조가는 애간장을 태워야 한다.

 

들리는 소리를 짐작해 검은등뻐꾸기가 있을 나무를 지목하고 샅샅이 훑어도 어디 숨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한 마디 한다.

"야, '홀딱벗고'야. 너 왜 그러니? 감질나게 노래만 부르지 말고 얼굴도 좀 보여주라, 응."

내 말을 들었는지 갑자기 노랫소리가 뚝 그친다. 그리고 잠시 뒤에 후두둑 하고 날아가버린다. 떠난 곳을 보니 내가 생각한 나무와는 다른 엉뚱한 나무다. 헛다리를 짚은 셈이다. 검은등뻐꾸기와 만남은 이래서 또 허탕이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잠시나마 날아가는 모습을 봤으니 소득이라면 소득이겠다.

 

 

비행기가 파란 하늘에 하얀 비행운을 만들며 동쪽으로 날아간다. 동체 밑면에 'Emirates'라고 적혀 있는 걸 보니 에미레이트항공사 여객기다. 나도 내년에는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집 앞에 있는 벚나무에 물까치가 새끼를 키우고 있다. 부부 물까치가 부지런히 들락거리며 새끼를 돌본다. 밑에서 지켜보고 있으려니 한 마리가 어디선가 날아와 둥지 옆에 경계를 선다. 날 내려다 보는 자세가 이곳에 감히 접근하지 말라는 신호인 듯하다. 방해하는 게 미안해 속히 자리를 뜬다.

 

 

여름 뒷산은 날벌레와 산모기 때문에 성가신데 오늘은 깨끗했다. 그래서 정상까지 다녀왔다. 낮기온이 30도가 넘었지만 산길은 나무 그늘이라 그다지 더운 줄을 몰랐다. 늘 고마운 뒷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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