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 정윤천

샌. 2010. 5. 27. 16:06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아도 사랑이다. 어느 길 내내, 혼자서 부르며 왔던 어떤 노래가 온전히 한 사람의 귓전에 가 닿기만을 바랐다면, 무척은 쓸쓸했을지도 모를 서늘한 열망의 가슴이 바로 사랑이다.

고개를 돌려 눈길이 머물렀던 그 지점이 사랑이다. 빈 바닷가 곁을 지나치다가 난데없이 파도가 일었거든 사랑이다. 높다란 물너울의 중심 속으로 제 눈길의 초점이 맺혔거든, 거기 이 세상을 한꺼번에 달려온 모든 시간의 결정과도 같았을, 그런 일순과의 마주침이라면, 이런 이런, 그렇게는 꼼짝없이 사랑이다.

오래전에 비롯되었을 시작의 도착이 바로 사랑이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손가락 빗질인 양 쓸어 올려보다가, 목을 꺾고 정지한 아득한 바라봄이 사랑이다.

사랑에는 한사코 진한 냄새가 배어 있어서, 구름에라도 실려오는 실낱같은 향기만으로도 얼마든지 사랑이다. 갈 수 없어도 사랑이다. 魂이라도 그쪽으로 머릴 두려는 그 아픔이 사랑이다.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 정윤천

당신은 누구신지요? 비록 형체는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에 멀리에 당신이 있음을 나는 압니다. 당신은 별이었고,구름이었고, 때로는 꽃이었죠. 지금 당신은 안개 뒤에 숨어 있네요. 당신에게는 사랑이라는 말보다 그리움이라는 말이 더 어울립니다. 나는 당신으로 인하여, 그 아득한 그리움의 힘으로 살아갑니다. 내 마음 깊은 데서 피어오르는 그리움의 안개를 당신은 보시는지요? 멀리 있는 당신에게 이 시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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