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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본느낌

비커밍 마이셀프

샌. 2026. 2. 5. 07:16

미국 정신과 의사인 어빈 얄롬(Irvin D. Yalom)의 회고록이다. 치열하면서 충일한 삶을 살았고, 살아가고 있는 한 인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린 시절의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정신의학계의 우뚝한 기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볼 수 있다.

 

얄롬은 부모가 러시아에서 이민 온 유대계로 가난한 우범 지역에서 성장했다. 자신의 처지를 벗어나고자 어려서부터 의사에 목표를 두고 애쓴 결과 스탠퍼드대학교 의대에 입학하고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다. 얄롬은 1931년생이니 살아있다면 현재 95세다. 이 책 <비커밍 마이셀프(Becoming Myself)>는 그가 85세 때 쓴 자전기다. 책을 보건대 얄롬은 실존철학에 바탕을 둔 정신과 의사면서 심리치료사로 보인다. 정신의학에 관한 여러 책을 저술하고 인문학에도 관심이 많으며 그가 쓴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 모양이다. 마음을 다루는 정신의학자이니 나이 듦이나 죽음, 상실 등 인간의 고통을 직면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인간 심리 트러블의 바탕에는 죽음의 두려움이나 공포가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 프로이드가 성을 내세웠다면 작가는 죽음 같은 인간의 실존적 상황을 중시한다. 삶이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투쟁이라 볼 수 있다. 얄롬은 집단심리치료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인데 말기 암환자 등 직면한 죽음의 문제를 다루는 데 이 방법을 주로 이용한다.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무게는 같이 나누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다.

 

책 내용은 의학계에 대한 비중이 높아 나로서는 조금 아쉬웠다. 작가의 내면세계를 더 보여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얄롬은 굴곡이 적은 행복한 삶을 산 사람이다. 가정생활이나 사회적 공헌, 일 등 모든 면에서 성공한 사람의 부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어쩜 이렇게 완벽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일생을 회고하는 그는 자기 삶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생의 끝에 다다라 후회 없이 살았다는 뿌듯함을 가진다면 잘 살아낸 인생이 아니겠는가.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책의 마지막 부분이다.

 

"지금 돌이겨보면, 나는 후회가 별로 없다. 나는 아주 특별한 여인을 나의 생의 파트너로 함께하고 있다. 내게는 사랑스러운 자녀들과 손자녀들이 있다. 나는 이 세상에서 특별한 특권을 누리는 곳, 이상적인 기후 속에서, 아름다운 공원, 빈곤이나 범죄가 적은 곳에서 살고, 세계에서 위대한 대학 중의 하나인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일했다. 나는 매일 먼 나라에서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편지를 받고 있다. 그리하여, 니체의 차라투스트라가 나에게 하는 말들은 이렇다. '그것이 삶이었는가? 그렇다면 다시 한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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