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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나침반

채근담[1]

샌. 2026. 5. 26. 11:40

귀한 인격을 얻으려면

불꽃으로 단련하고

 

세상을 뒤집으려면

살얼음 위를 걸어야 한다

 

欲做精金美玉的人品 定從熱火中鍛來 思立掀天揭地的事功 須向薄氷上履過

 

- 채근담 1

 

 

오늘부터 <채근담(菜根譚)>을 읽는다. 읽는다기보다 느껴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책을 연다. <채근담>은 명나라 학자였던 홍응명(洪應明, 1573~1619)이 지은 책이다. '채근(菜根)'이란 '나물뿌리'로 변변치 않은 음식을 말한다. 출처는 송나라 왕신민이 쓴 '人常能咬菜根卽百事可成'에서 왔다. '사람이 항상 나물을 씹을 수 있다면 세상 모든 일을 다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인생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나물뿌리를 씹고 씹듯이 천착해야 맛이 깊어진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채근담>은 350여 편의 경구적인 단문으로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여러 번역본이 있다. 몇 권을 살펴본 결과 지식공작소에서 나온 <채근담 하룻말>을 텍스트로 정한다. 직역 대신 많은 의미를 함축한 의역을 택해서 제일 감성적으로 와닿는다. 번역은 박영률 선생이 했다.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홍응명은 입신양명에 실패했던 것으로 보인다. 길지 않은 관직 생활 뒤로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고향에 내려와 살면서 남들이 먹지 않는 나물뿌리를 싸게 사 장아찌를 잘 담갔다고 한다. 그것으로 밥을 먹고 손님을 맞는다. 그렇게 살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남들을 살폈다. 자기 바깥에서 자기를 보고 세상 너머에서 세상을 본 것이다."

 

<채근담 하룻말>은 글 순서가 정통 <채근담>과 다르다. 수신(修身), 처세(處世), 대인(待人), 접물(接物)의 네 항목으로 재분류해서 엮었다. 하루에 하나씩 365일을 읽으며 자신을 성찰하도록 되어 있다.

 

1편은 불과 얼음의 대비가 눈에 들어온다. 철광석이 용광로 속에서 뜨겁게 달구어져 녹아야 순수한 철이 되듯, 사람의 인품도 단련 없이 만들어지지 못함을 말한다. 세상을 뒤집으려는 기상은 반대로 살얼음 위를 걷듯 조심해야 한다. 동(動) 없이 정(靜)이 이루어지지 않고, 정 없이 동이 완성되지 않는다. 오늘의 묵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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