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웃지 마세요 당신, / 이규리 본문
오랜만에 산책이나 하자고 어머니를 이끌었어요
언젠가 써야 할 사진을 찍어두기 위해서였죠
팔짱을 끼며 과장되게 떠들기도 했지만
이 길을 또 얼마나 걷게 될지
사진관에 들어섰을 때
어르신 한 분이 사진을 찍고 계셨어요
어머니가 급격히 어두워졌어요
나도 저렇게 하는 거니
이게 요즘 유행이라며
평소에 미리 찍어두는 게 좋다며
나도 젊을 때 찍어둬야겠다며
쫑알대는 내 소리에는 눈도 맞추지 않으시더니
사진사가 검은 보자기를 뒤집어쓰자
우물우물 급히 말씀하셨어요
나 웃으까?
그 표정 쓸쓸하고 복잡해서 아무 말 못했어요
돌아오는 길은 멀고 울퉁불퉁했고
웃지 마세요
그래요 웃지 마세요 당신,
- 웃지 마세요 당신, / 이규리
곱게 차려입고 교회에 나가시는 어머니 모습이 화사했다. 사진을 한 장 찍자고 했다. 흰 옷장 앞에 서니 배경도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기분이 좋은 듯 어머니도 환하게 웃으셨다. "찰칵". 휴대폰 화면으로 보이는 어머니는 더없이 밝았다. 내 마음속에는 미리부터 영정사진을 염두에 두고 찍은 것이었다. 작년 봄이었다.
이 시를 보니 그 봄날 아침의 나처럼 모르게 찍어서 다행이었다, 싶다. 서로 죽음을 맞대면하는 건 언제 어디서나 쓸쓸하고 슬픈 일이니까. 요사이는 관점을 바꾸어서 영정사진 대신 장수사진이라 부른다 한다. 그런다고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지만. "나 웃으까?" 어머니의 한 마디에 울컥한다. 고작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것만일지도. 웃지 않아도 돼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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