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최후 / 이상

샌. 2010. 7. 26. 14:00

능금한알이추락하였다. 지구는부서질만큼상했다. 최후. 이미여하如何한정신도발아하지아니한다.

- 최후 / 이상

조영남 씨 덕분에 이상 시를 모두 읽어 보았다. 그 기념으로 이상의 시 한 편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상 시는 초현실주의 회화처럼 난해하다. 도대체 왜 그렇게 어렵게 시를 쓰는지 아무리 이쁘게 봐주려 해도 고개가 갸웃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것이 천재와 범인의 차이란 말인가. 어찌 되었든 이것이 이상의 시 중에서 가장 짧다. 그리고 시어도 이상답지 않게 얌전하다. 그래도 뭔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능금한알이추락했다. 지구는부서질만큼상했다.'라는 구절은 멋있다. 아마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무슨 뜻인지 쉽게 간파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 말이라도 이상이 하면 어려워진다. 아니, 절로 그렇게 느껴진다. 그게 이상의 특징인지 모른다.

조영남 씨의 해설은 이렇다. "이 시의 뭐가 난해하다는 말인가. 그냥 쉽게 읽으면 된다. '사과 한 알이 지구 위에 떨어졌다. 지구가 부서질 정도로 아팠다.' 얼마나 앙증맞은 과장인가. 시를 읽는 독자는 한바탕 웃기만 하면 된다. '와! 사과 한 알이 땅에 떨어졌는데 지구가 아파하다니.' 얼마나 재미있는가. 지구한테 생명이 있다는 얘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