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기쁜 우리 젊은 날 본문

두 달 전에 국민배우인 안성기 씨가 세상을 떴다. 연기도 뛰어나지만 착한 인성을 가진 좋은 분으로 기억한다. 영화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전하는 말이 그렇다. 요즘 같은 세상에 필요한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던 분이다. 이제 고인이 된 안성기 배우를 추모하면서 오래된 이 영화를 찾아서 보았다.
'기쁜 우리 젊은 날'은 39년 전인 1987년에 개봉했으니 안성기 배우가 37세 때 찍은 영화다. 젊은 날의 그의 모습을 보고 싶어 일부러 골랐다. 상대역으로는 20대의 황신혜 배우다.
영화에서 영민(안성기)은 혜린(황신혜)을 짝사랑한다. 어렵게 첫 데이트를 신청하고 만난 음식점에서 당황한 나머지 실수 연발을 한다. 순박한 젊은이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다. 이제는 이런 순수의 시대도 지나가지 않았나 싶다. 혜린의 눈에 영민은 하찮게 비쳤으리라. 혜린은 의사와 결혼하여 미국으로 간다.
불행한 결혼 생활을 끝낸 후 귀국한 혜린을 영민은 우연히 마주친다. 그동안 혜린을 잊지 못하고 지내던 영민은 다시 간절한 구애를 하고 드디어 혜린과 결혼하지만... '기쁜 우리 젊은 날'은 80년대식 멜로 영화다. 옛날의 감성을 아득히 느껴볼 수 있어 좋다. 그때의 도로나 지하철 같은 거리 풍경이 따스하고, 성냥이나 빨간색 공중전화 같은 사라진 물품 등이 추억을 소환한다.
영화에서 영민은 바보 같이 착하기만 한 사람이다. 안성기 배우의 성품과 잘 맞아떨어진다. 혜린을 향한 지고지순한 그리움은 속수무책이다.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아야 할, 변하지 않고 싶은 사람의 마음 앞에서 숙연해진다. 영민의 아버지로 최불암 배우가 나온다. 계산해 보니 당시 나이가 40대다. 지금은 아흔을 바라보시는데 몸이 많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이 들린다.
영화 마지막은 토셀리의 슬픈 세레나데가 울리는 가운데 영민이 죽어가는 혜린 옆을 지킨다. 세레나데는 이렇게 시작한다.
"사랑의 노래 들려온다. 옛날을 말하는가, 기쁜 우리 젊은 날"
'기쁜 우리 젊은 날'을 보며 이미 지나가 버린 아득히 그리운 시절을 떠올린다. 안성기 배우의 선한 눈빛과 미소를 간직하며 영면에 드신 그분을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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