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해방의 밤 본문
은유 작가의 글은 통통 튀는 탁구공처럼 경쾌하다. 그렇다고 내용이 가볍지 않다. 모든 글에는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애틋한 시선이 담겨 있다. 불의를 용납하지 않는 싸움닭 같은 기질도 마음에 든다. 작가는 자기 성찰과 성장으로서의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인간 내면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길을 독서와 글쓰기에서 찾고 있다.
<해방의 밤>은 책과 글쓰기를 통해 인간 해방을 희망한다. 작가는 말한다. "책은 해방의 문을 여는 연장이다." 작가가 책을 읽으며 얻은 귀한 문장을 중심으로 우리가 어떻게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빛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나를 돌아보며 생각할 거리를 주는 귀한 말들이 모여 있다.
이 책에 소개되는 책은 50권이나 된다. 이만한 책을 소개하자면 엄청난 독서량이 쌓여야 할 것이다. 나는 이 중에서 몇 권을 읽었는가 체크해 보니 열 권이 안 된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고 자부하는 게 초라하다. 다독이 해방으로 가는 문은 아닐 것이라는데 위안을 삼는다.
<해방의 밤>에는 여러 책에서 인용한 보석 같은 문장들이 많이 나온다. 단 하나의 문장이 사람을 절망에서 구하고 살아갈 힘을 줄 수도 있음을 본다. 우리를 더 나은 삶의 자리로 데려다준다. 이 책에는 작가가 글쓰기 지도를 하며 체험한 다양한 사례들이 나온다. "더 이상 그렇게 살 필요 없어' 같은 짧은 말이 한 사람에게 벼락같은 깨우침을 주기도 한다. 이것이 글의 위대함이 아니겠는가. 작가가 <계속하겠습니다>라는 소설에서 인용한 이 문장도 나에게는 그러했다.
"목숨이란 하찮게 중단되게 마련이고 죽고 나면 사람의 일생이란 그뿐이라고 그녀는 말하고 나나는 대체로 동의합니다. 인간이란 덧없고 하찮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나나는 생각합니다.
그 하찮음으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으니까.
즐거워하거나 슬퍼하거나 하며, 버텨가고 있으니까."
책 프롤로그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철학자 헤겔의 유명한 경구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되어서야 날개를 편다'라는 말도 있듯이 낮의 소란이 지나가고 시간이 경과해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다. 억압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무엇이 자신을 억압했는지 보인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가 연장을 내려놓고 펜을 잡는 시간 밤은, 사유가 시작되는 시간, 존재를 회복하는 시간, 다른 내가 되는 변모의 시간이다.
나를 자유롭게 해준 말들, 아픈 데를 콕 짚어주며 막힌 곳을 뚫어주는 신통한 말들, 기어코 바깥을 보게 만드는 문장들, '더 이상 그렇게 살 필요 없어' 같은 위대한 말들, 혼자만 알고 있으면 반칙인 말들을 널리 내보낸다. 해방의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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