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편안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를 멀리 하라 본문
일본인 의사인 나카무라 진이치 선생이 쓴 책이다. 선생은 1940년생으로 교코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의사로 근무하다가 현재는 노인요양원의 진료소 소장을 맡고 있다. 평생 환자와 노인을 돌보면서 자신이 믿게 된 의료 철학을 이 책에서 설명한다.
제목부터 파격적이다. 편안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를 멀리 하라고 한다. 부제도 '당신도 치료 때문에 고통스럽게 죽을 수 있다'이다. 병과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통념을 뒤집는 주장이다. 선생은 말한다. "자연의 순환 속에서 죽음은 원래 조용하고 평온한 것이었다. 생을 마무리하는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삶을 완성하는 순간이고, 떠나보내는 사람들에게도 살아 있는 매순간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바로 죽음이다. 그 의미 있는 순간을 의료가 깊이 관여함으로써 더할 수 없이 비참하고 비인간적인 것으로 바꿔버리고 말았다."
선생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겨 들을 만한 부분이 많다. 특히 노인들에게 그렇다. 선생은 병원과 의사에 의지하기보다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며 병과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한다. 노화에 순응하면서 병이 생기면 싸우기보다 동행하라. 우리는 암이라고 하면 죽음을 선고받은 것처럼 두려워한다. 그러나 선생은 말한다. "죽기에는 암이 최고다." 도리어 징후가 없는 게 축복이다. 이런 생각이라면 조기 발견하려고 기를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암에 걸린 것이 불행이 아니라, 암을 발견한 것이 불행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책 목차를 보면 이 책이 주장하는 바를 알 수 있다.
- 의료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라
- 스스로 고치지 못하면 누구도 고칠 수 없다
- 몸은 이미 치료법을 알고 있다
- 약으로 증상을 억제할수록 치유는 늦어진다
- 죽음과 친해지기를 권한다
- 자연사에는 고통이 따르지 않는다
- 존엄하게 떠나보낼 것인가, 비참하게 붙들어둘 것인가
- 의사에게 묻기 전에 몸과 먼저 대화하라
- 죽음을 지켜보게 하는 것이 노인의 마지막 임무
- 죽기에는 암이 최고다
- 건강 검지는 환자 만들기다
- 암 때문이 아니라 암 치료 때문에 죽는다
- 고령자의 암은 방치할수록 편안하다
- 생활습관병은 낫는 병이 아니라 친해져야 할 병이다
- 사람은 살아온 것처럼 죽는다
늙고, 병들고, 죽는 과정을 자연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 선생의 기본 생각이다. 여기에 거역할 필요가 없고, 그렇게 되면 병원과 의사에 지나치게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사의 경우에는 고통도 크지 않다. 대부분의 동물은 조용히 죽음을 맞는다. 죽을 때는 감각기관이 기능을 멈추고 모르핀이 방출되어 고통을 감쇄시킨다. 선생의 말로는 병원의 공격적 치료가 오히려 고통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몸이 조금만 안 좋아도 당장 의사니 약이니 병원이니 하며 법석을 떠는 사람에게 자연사란 너무나 황당한 소리로 들릴 것이다.
<편안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를 멀리 하라>에서 노의사가 강조하는 것은 생명과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관점이다. 병과 죽음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꾸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 환타지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 노년기를 편안하게 보내려면 의료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노화에 순응하며 병과 친해지라는 당부다.
선생은 자신의 마지막을 어떻게 맞으려 할까. 치매에 걸리거나 1년 넘도록 자리보전하게 되면 가정이 붕괴되고 말 사태를 염려한다. 그래서 선생은 적절한 타이밍에 단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을 마무리하길 희망한다. 죽을 때가 되면 편안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민감해지도록 모든 상황을 자연에 맡긴 채 지켜보는 훈련을 쌓아나간다.
나도 상당 부분 선생의 의견에 동감한다. 이미 건강 검진을 받지 않은지는 오래 되었다. 징후 없이 모르는 채로 살다가 "몇 달 안 남았습니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아주 좋은 일이다. 나는 이미 70을 한참 넘긴 살 만큼 산 노인이다. 책의 결언부다.
'돌아갈 때'를 받아들이려면 싫어도 '노(老)', '병(病)', '사(死)'와 마주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노'에 순응하고 '병'은 함께하되 건강에는 휘둘리지 말고 '죽음'에도 맞서지 말며, 의료는 제한적으로 이용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늙어가는 모습과 죽어가는 모습을 후손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이고, 남기고, 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자기 편한 대로만 살 것이 아니라 여러 은총 덕에 '살려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인연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눈에 병이 나고 보니, 지금까지 볼 수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라는 말처럼 보이는 것, 들리는 것, 씹을 수 있는 것, 삼킬 수 있는 것, 앉을 수 있고 설 수 있고 걸을 수 있는 모든 것이 실은 당연한 일이 아니라 엄청난 축복이요 선물이다. 병이 났을 때 비소로 건강의 고마움을 알게 되고 불행이 닥쳤을 때 비로소 평범한 일상의 고마움을 느끼듯이, 늘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실은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었음을 알고 감사하는 것. 이것이 '돌아가는' 삶을 사는 기본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