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비 오는 날 잔치국수 본문

볼 일 보러 시내에 나갔다가 끼니때가 되면 혼밥을 할 때가 있다. 전에는 순대국밥에 소주 한 병을 곁들이는 재미가 컸다. 70이 되기 전이었으니 장년의 기력이 일부나마 남아 있었을 때였다. 언제부턴가 소주가 생략되었으니 몸이 감당하지 못하게 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맹숭맹숭하지만 순댓국이나 설렁탕만이 내 혼밥 메뉴였다.
그러다가 올 들어 잔치국수에 맛을 들였다. 시내에 국수를 맛있게 하는 집이 있다. 국수와 전 전문집이다. 국수에는 잔치국수, 비빔국수, 김치말이국수, 콩국수의 네 종류가 있는데 나는 담백한 잔치국수가 제일 낫다. 값은 6천 원으로 싸면서 양도 많다. 한 그릇 먹고 나면 개운하면서 배가 부르다. 국물까지 남김없이 들이켜게 된다.
어제는 비 오는 날에 먹는 잔치국수가 더 맛났다. 비와 국수는 궁합이 잘 맞는 음식 같다. 옆에 온 단체 손님은 녹두전을 시켰는데 고소한 향내에 군침이 돌았다. 빗소리와 녹두전 부치는 소리도 정겹게 어울렸다. 다음에 누군가 같이 온다면 꼭 녹두전을 주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잔치국수는 이름처럼 기쁨과 환대의 음식이다. 대접하는 쪽이나 대접 받는 쪽이나 부담이 되지 않게 간편하다. 내 어릴 때만 해도 잔칫집에서는 의례 잔치국수가 나왔다. 지금은 뷔페의 한쪽 구석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옛날 생각이 나서 한 공기 담아 와 먹어보지만 왠지 쓸쓸해지기만 할 뿐이다. 그 시절의 간소함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스멀스멀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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