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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일상

비 오는 날 김치찜

샌. 2026. 7. 22. 16:14

장맛비를 맞으며 오전에 아내와 같이 시내에 볼일을 보러 나갔다. 은행, 건강보험공단, KT를 들렀다. 내 명의로 되어 있어서 본인 확인을 해야 하는 곳이었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사전의료연명의향서를 작성했다. 게으름을 피우다가 아내의 등쌀에 이제야 신청을 했다. 숙제를 해결하는 시원함과 함께 빗속을 걷는 게 좋았다. 그리고 아내와 티격태격하는 재미도 더해졌다.

 

점심때가 되니 김치찌개에 소주 한 잔이 그리웠다. 김찌찌개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 아내는 집에 가서 해 주겠단다. 마이너스 통장이 되어서 외식할 돈이 없다는 데 할 말이 없었다. 시장에서 무와 오이를 넣은 묵직한 배낭이지만 가벼웠다.

 

 

아내가 부엌에서 김치찜을 준비하는 동안 빈 속에 들어가는 소주 한 잔이 짜릿했다. 지난달에 매제가 준 인삼주였다. 온 세상이 내 것인 양 부풀었다. 지금 이것 이상 더 무엇이 필요하랴. 밖은 먹구름이 덮고 비가 몰아치지만 지금 내 집은 안온하다. 내 마음도 평안하다. 일시적인 가림일 망정 이 기분은 즐기는 게 마땅하다. 뒷날은 닥칠 때 고민하면 된다.

 

요사이 보는 책은 최진식 선생의 <건너가는 자>이다. <반야심경>을 해설하는 책이다. '건너간다'는 말이 화두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건너간다는 것은 이곳과 저곳을 구분지어야 할 터인데, 아니다. 하나이면서 건너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궁구한다. 선을 긋고 내 편 네 편으로 나누면서 살아온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곳과 저곳이 나누어지는 것인가. 그럼에도 건너가야 한다는 과제는 남는다. 그저 주어지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한 순간의 마음먹기라면 팔정도와 지계는 왜 나왔겠는가. 어쨌든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그러기에 이 생은 너무나 짧다. 발버둥치다가 사라진다. 인간 존재의 슬픈 숙명이다. 나는 나에 갇혀서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는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난다. 먹구름 넘어 파란 하늘로 올라간다. 비록 비와 술의 힘을 빌리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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