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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단상

신진서와 카타고

샌. 2026. 7. 23. 08:27

인간 바둑 대표 신진서와 AI 바둑 대표 카타고가 붙어서 신진서가 2승 1패로 이겼다. 2006년에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1승 4패로 충격의 패배를 당한지 10년 만이었다. 두 점 접바둑이었지만 인간이 AI에게 승리를 거두었다는 데 의미가 있는 대국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바둑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추월할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아무리 컴퓨터가 발달해도 인간의 창의적인 수와 전략적 사고를 흉내내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상대가 안 되었다.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상대가 안 되는 걸 목격한 충격은 컸다. 그 뒤로 인간은 AI를 바둑 스승으로 모시기에 이르렀다. AI는 '바둑의 신'이 되었다. AI 성능도 일취월장하여 지금은 알파고보다 석 점 넘게 수준이 높아졌다. 프로 기사도 카타고한테 넉 점을 놓아야 할 정도다. 여기에 신진서가 두 점으로 도전한 것이다.

 

카타고한테 인간이 두 점으로 버틸 수 있을까. 대부분의 예상은 신진서가 1승만 해도 성공이라고 봤다. 바둑에 관심이 있어 지켜본 나도 그랬다. 프로 기사가 넉 점을 놓고도 지는 걸 자주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을 뒤집었다. 신진서가 세 판 중 2승을 했다. 생중계를 봤는데 완전한 실력의 우위였다(두 점을 깔긴 했지만). 특히 11집 반을 이긴 3국은 카타고를 꼼짝 못하게 만든 완벽한 승리였다.

 

내가 볼 때 신진서라면 카타고와 정선으로(덤 7집 반을 받으면서) 두어도 될 것 같다. 신진서는 카타고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터득한 것 같이 보인다. 최대한 변수를 줄이면서 단순하게 둬야 한다. 그리고 전투는 피한다. 복잡해질수록 수많은 경우의 수를 읽을 수 있는 컴퓨터의 장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번에 볼 때 AI의 단점도 드러났다. AI는 최선의 수만 찾을 줄 알지 불리한 상황에서 판을 휘저을 줄 모른다. 그대로 지는 길을 간다. 인간이라면 몇 집 손해를 보더라도 승부수를 던지기도 할 것이다. 앞으로 AI 바둑이 더 발전해 갈 여기는 남아 있다.

 

AI가 등장하면서 바둑계는 단조로워졌다. 하나 같이 AI로 배우다 보니 거의 다 비슷해진 것이다. 신진서의 별명이 '신공지능'이다. 인간 AI라는 말이다. 얼마나 AI를 닮느냐가 성적의 기준이 되었다. 예전에는 기사마다 기풍이란 게 있었다. 다케미야의 우주류는 휘황했다. 어느 수준에 도달한 기사는 자기만의 독특한 바둑 세계를 만든 것이다. 이제는 그런 게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AI 시대에 인간에게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앞으로 AI는 '바둑 신(神)'의 경지에 끝없이 접근해 갈 것이다. 그리고 인간과 AI 사이에는 좁혀지지 않는 절대 간격 또한 존재할 것이다. 인간과 AI와의 바둑 대결은 그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에 불과할지 모른다. AI와 바둑을 둬 본 프로 기사들은 거대한 벽을 느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러함에도 우리는 완전한 바둑보다는 불완전하더라도 인간의 향기가 풍기는 바둑을 원한다. 둘의 기(氣)가 부딪치며 일희일비할 수 있어야 인간의 감정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 테니까. 모를 일이긴 해. 먼 미래에는 그마저 AI의 영역으로 편입되어 버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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