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이알라 본문
지난달 면목회 모임에서 신네르의 팬인 G가 들려주는 테니스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G는 신네르를 보기 위해 직접 호주 오픈에 다녀올 정도로 그의 찐팬이다. 신네르의 경기 중계는 밤을 새우면서 본다고 한다. 이토록 좋아하는 선수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이랴.
내가 테니스를 배울 때 활약했던 나브라틸로바와 에버트(둘의 인연은 넷플릭스에 '크리스와 마르티나:마지막 세트'로 올라와 있다) 등 기억 나는 테니스 선수들을 소환하는 가운데 이알라도 등장했다. 이알라는 필리핀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테니스 스타이다. 스포츠 뉴스를 통해 나도 이름이 익은 선수다.
이알라(Alexandra Eala)는 2005년생으로 스포츠 가족의 지원 아래 일찍 라켓을 잡았고, 열두 살 때 스페인 나달아카데미에서 테니스를 배웠다. 주니어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2020년에 프로로 전향하여 작년부터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이알라는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을 이기면서 명성이 높아졌다. 필리핀 국민들은 처음 나타난 테니스 영웅에 열광하고 있다.
어제 미국에서 열린 워싱턴 오픈에서 이알라가 세계 3위 페굴라를 꺾고 우승했다. 그녀가 이룬 첫 투어 우승이다. 나는 유튜브로 편집된 영상을 봤지만 경기장의 열기는 대단했다. 관중들 다수가 필리핀 국기를 흔들며 이알라를 응원했다. 그녀는 스타성도 타고난 것 같다. 작은 체구지만 파워가 뛰어나고 거기에 밝고 귀여운 외모가 더해지니 인기를 끌 이유는 충분하다. 이알라 영상을 몇 개 찾아봤는데 자국민이라면 그녀에게 더욱 열광할 것 같다.
이알라의 활약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는 왜 뛰어난 테니스 선수가 나오지 않는지 아쉽다. 한때 정현이 반짝했으나 부상으로 이내 사라져버렸다. 여건이 무르익은 것 같은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다른 스포츠 분야에서는 대부분 세계 정상에 올라섰으나 테니스만 빠져 있다. 같은 동양인인 이알라라도 응원해야 할까 보다.
어느 부문이건 세계 정상에 서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랴. 내 동네에서도 1등 하기 힘든데 하물며 나라를 넘어 세계 전체에서 우뚝 선다는 건 얼마나 위대한 사건인가. 그런 면에서 현재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배드민턴의 안세영도 대단한 선수다. 그들의 노력과 집념에 존경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알라의 머리띠에 적힌 글귀는 이렇다. "한 번 자라면 결코 멈출 수 없다."
이알라는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고 한다. 가까이서 그녀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되겠다. 더 나아가 4대 테니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장면도 기대한다. 이때까지 테니스는 서양인이 주도하는 종목이었다. 그러하기에 더욱 이알라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