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코민스키 메소드 본문

너무 더우니까 책 읽기도 지장을 받는다. 한여름에는 책보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게 제격이다. 그래서 본 미드가 이 '코민스키 메소드(Kominsky Method)'였다. 나와 동년배의 주인공들이라 더욱 재미나게 봤다.
70대의 샌디(마이클 더글러스)는 예전에 배우였으나 지금은 연기 학원을 운영하며 지낸다. 80대의 노먼(앨런 아킨)은 성공한 사업가이며 샌디의 절친이다. 일상을 함께 하고 고민을 나누며 살아가는 둘의 모습이 친구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늙어가면서 이런 친구가 있다면 삶이 삭막하지만은 아니리라.
드라마를 살아있게 하는 것은 유머다. 두 노인의 대화는 시종 미소짓게 만든다. 병과 죽음마저 무심하게 바라볼 수 있는 그들의 여유와 유머는 잘 익어가는 인생의 결과이리라. 어떤 슬픔이나 고통도 유머로 승화해 나가는 게 부럽다. 서양 영화를 보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서양 사회의 문화와 의식 세계, 인간관계는 감탄스럽다. 그들의 여유와 쿨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고 서로의 견해와 차이를 존중하는 문화는 정말로 부럽다. 부부 사이나 부모 자식 간에도 마찬가지다. 우리처럼 끈적끈적하지 않은 것 같다. 또한 나이나 서열을 따지지도 않는다. 이런 개인주의라면 환영한다.
이 드라마에는 성적인 농담도 자주 나온다. 우리 사회에서는 금기시하는 내용도 거리낌 없다. 그러나 천박하지 않고 품위 있다. 인간의 본성을 솔직담백하게 드러내는 게 오히려 유쾌하다. 확실히 서양인들은 삶에서 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활력을 주는 요소인 것 같다.
'코민스키 메소드'는 노인의 우정을 주제로 하면서 사랑과 이별,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같은 나잇대로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살아가는 내용이야 동서양에 구별이 있을까마는 방식에서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 나는 이 드라마에서 우리와 차이가 나는 서양 문화와 서양인의 의식 구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그들의 유머는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드라마에는 두 번의 장례식이 나오는데 우리와는 영 다른 분위기다. 블랙 코미디가 인생을 관조적이며 관찰자로 바라보게 해 준다. 삶에서 여유가 느껴지는 풍경들이다. 서양인들의 실제 삶도 드라마처럼 유머가 풍성한지는 경험해 보지 않아 알 수 없지만.
드라마 '코민스키 메소드'는 시즌 3까지 20부작이 넘지만 한 편이 30분을 넘지 않아 속도감 있게 즐길 수 있다. 다만 노먼이 죽고 후반으로 가면 약간 어수선해져서 아쉽다. 어쨌든 더위를 잊으며 재미있게 본 드라마였다.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0) | 2026.08.02 |
|---|---|
| 건너가는 자 (0) | 2026.07.26 |
|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0) | 2026.07.21 |
| 내밀 예찬 (0) | 2026.07.11 |
|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0) | 2026.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