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사 은행나무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은행나무다. 충북 영동 천태산 아래 영국사(寧國寺)에 있으며, 천연기념물 223호다. 천 년 나이에 걸맞게 거인의 풍채를 자랑한다. 키는 31m, 가슴 둘레는11m다. 오랫동안 소문만 들었던 이 나무를 마침 노란 단풍이 들었을 때 찾아 보았다.
가을이면 이 나무 아래서 매년 시제(詩祭)를 여는 게 특이하다.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카페에서 주관한다. 또한 발표된 시를 중심으로 시집을 낸다. 올해 시집 제목은 <천태산 부처>다. 한 나무가 주는 감동이 이런 시 잔치로 연결된 것이리라. 모범적인 지역 문화 운동이 아닌가 싶다. 다른 나무들로도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세월에 장사 없어 온몸이 주글주글
곱던 이마도 주름 골이 깊어지다
골다공증으로
지팡이 여러 개 의지해 서 계시지만
언제나 위풍당당 품위 있으시다
비바람 뙤약볕을 거뜬히 이겨내며
알알이 맺힌 희망 튼실하게 키워 익혀놓고
가을이면 또 어김없이
금빛 치마로 곱게 치장을 하시고는
폭 익은 열매 보시를 한 아름 안고 서서
인자한 미소로 중생을 굽어보고 계시다
천태산 영국사 은행나무 할머니
- 천태산 은행나무 / 유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