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에 한 무리 중학생 아이들이 따라온다. 구급차 한 대가 사이렌 소리 요란하게 스치며 지나간다. 그때 뒤에서 들려온 말 한 마디가 온 몸에 소름을 돋게 한다. “또 하나 디졌다.” 옆의 아이들이 따라서 킥킥대며 웃는다. ‘디졌다’ 또는 ‘뒈졌다’는 죽는 대상을 경멸적으로 부르는 말인데 짐승이나 미물에게라도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하물며 사람에게는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세상이 너무 살벌해지고 있다. 특히 아이들의 언어 표현은 지나치게 폭력적이다.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잠시만 있어보면 옆에 있기가 민망할 정도인 경우가 많다. 저 아이들에게 뭐라고 설교를 해야 할까?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고? 생명을 사랑하고, 다른 생명의 아픔에는 같이 연민을 느껴야 한다고? 우리나라가 얼마나 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