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636

행복전도사의 자살

‘행복전도사’로 불리던 최윤희 씨가자살해서 충격을 주었다. 더구나 부부동반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몸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서 생을 마감한다는 유서를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죽음을 안타깝고도 착잡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배신감을 토로하기도 했다.한 동료는 그럼 그동안 사기를 친 게 아니냐며 반문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선택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본다.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나는 그녀를 잘 알지 못한다. 방송을 통해 강의를 몇 번 들은 적밖에 없다.스무 권이나 되는 책을 썼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전업주부에서 성공한 직장인으로, 그리고 행복론에 대한 스타강사로 변모한 그녀의 경력은 사람들의 부러움과 경탄을 샀다. 현란한 말솜씨와 거침없는 자기표현으로 그녀의 행복론은 인기..

참살이의꿈 2010.10.11

과잉과 결핍

‘은유’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쓰시는 분이 계시다. 현실 분석이 아주 예리하다. 또한 문장력도 뛰어나다. 이분이 서울 목동의 하루를 스케치한 글을 올렸다. 현장의 소리라서 더욱 실감이 난다. 목동이라면 교육열(?)로는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곳이다. 엄마들의 극성이 강남 뺨친다고 소문이 나있다. ‘은유’님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이런 목동에 오래 살고 계신 것 같다. 한국의 이상 교육열을 직접 옆에서 부딪치니까 느끼는 바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 같다. 글을 읽는 제 삼자의 입장에서도 체한 듯 답답한데 본인은 어떠랴 싶다. 왜 유독 한국 엄마들만 극성일까? 같은 엄마라도 유럽 쪽은 한국처럼 심하지 않다고 들었다. 위험을 느낀 나무들은 온 에너지를 쏟아 씨앗을 많이 맺으려 ..

참살이의꿈 2010.10.06

인연

쉽게 체념하게 된다. 좋게 말하면 너그러워진다. 나이를 먹을수록 생기는 변화다. 오래 살게 되면 궂은일들을 많이 겪어서인지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는다. 감각이 무뎌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과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 때문에 애간장을 태우는 일도 줄어든다.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예전에는 어떤 식으로든 맺어지려고 안절부절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편하게 생각한다.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만나게 되어 있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인연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고민하고 애 쓴다고 안 될 일이 되는 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만사의 변화를 인연으로 읽으려 한다. 살면서 경험하는 사건들이 우연으로 일어나는 것인지, 인연으로 생기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연으로 생각하..

참살이의꿈 2010.10.01

나를 찾아가는 여행

은퇴를 대하는 관점이 변한다면 은퇴 후의 삶이 그리 두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도리어 축복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할 일이 없어진다는 점을 제일 두려워한다. 또한 사회적 소속이 없어진 뒤의 소외감도 견디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은퇴는 상실이고 고통이다. 그러나 은퇴를 자신의 삶을 찾는 계기로 받아들인다면 은퇴는 새로운 삶의 출발이 된다. 은퇴를 기점으로 삶의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며칠 전에 전 직장의 K, M 두 선배와 우연히 통화를 했다. 두 분은 몇 년 전에 정년퇴임했다. 그분들은 내 계획에 대해 극구 만류를 했다. 끝까지 붙들고 견디라고 했다. 열에 아홉은 그렇게 말린다. 나오면 금방 늙어버린다는 말도 들었다. 선배의 말이 진심 어린 충고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말 그럴..

참살이의꿈 2010.09.18

마음의 완충지대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면 많은 가구들이 확장을 신청한다. 베란다를 없애고 거실이나 방을 넓히는 것이다. 넓고 여유 있게 사는 건 좋지만 대신에 베란다 공간은 활용하지 못한다. 아파트는 단독주택과 달리 마당이 없다. 그 역할을 아파트에서는 베란다가 한다. 화초를 가꾸고, 빨래를 너는 등의 소소한 일상이 베란다에서 일어난다. 아파트에 살아보니 베란다의 기능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우리는 확장 신청을 하지 않았다. 베란다가 없으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다. 우선 비가 올 때 창문을 열지 못한다. 무척 답답할 것 같다. 빗소리를 즐길 수 없다는 것도 슬픈 일이다. 요사이 고급 아파트들은 아예 외부와 완전히 밀폐되게 만든다는데 이건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니다. 그런 데서는 태풍이 와..

참살이의꿈 2010.09.10

군자와 소인

군자(君子)란 유가(儒家)의 이상적인 인간형이다. 원래는 제후와 같은 정치 지도자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공자에 의해 타인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사람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고 한다. 반면에 소인(小人)은 글자 그대로 작은 사람이다. 자신의 몸, 이익, 소유에만 관심이 쏠려 다른 고차원의 영역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특별히 나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우리들 같은 현실적인 이기적 인간이 소인이다. 유학(儒學)의 본질은 스스로를 갈고 닦아서 군자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데에 있다. 에는 군자와 소인을 대비시키며 둘의 차이를 드러내는 구절이 여럿 있다. 신정근 선생이 풀이한 라는 책에서 그런 구절들을 찾아보았다. 이 책은 군자를 ‘자율적 인간’으로 옮긴 점이 특이했다. 우리는 지금 소인배들이 득실거리는 세상..

참살이의꿈 2010.09.06

미래에서 온 편지

편안하게 살아간다. 레버만 돌리면 냉온수가 나오고 버튼만 누르면 똥오줌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전화만 하면 음식을 비롯한 온갖 물건들이 배달된다. 냉장고에는 음식물이 가득하고 여름인데도 집안은 서늘하다. 풍족하면서 차고 넘치는 생활이다. 그런데 두려울 때가 있다. 무슨 큰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지금의 이 같은 삶의 태도 때문이다. 아래 글은 ‘미래에서 온 편지’의 일부다. ‘미래에서 온 편지’는 2107년의 미래에 사는 이가현재로 보낸 가상의 편지다. 앞으로 100년 뒤 지구에서 석유파티는 끝나고 자원은 고갈되었다. 경제는 붕괴되었고 물과 식량은 턱없이 부족한 세상이 되었다. ‘내가 십대 후반이 되자 젊은 사람들 사이에 눈에 띄는 감정이 생겨났습니다. 그것은 30-40세 이상 나이 든 사람들에 대한 경멸감..

참살이의꿈 2010.08.24

무위의 재능

장영희 교수가 쓴 책을 읽다가 ‘무위의 재능’이란 제목의 글을 만났다. 자신이 이렇다 할 뛰어난 능력이나 재능이 없지만 ‘무위의 재능’ 즉,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만은 넘치게 가지고 있다는 내용의 재미있는 글이었다. 아마 장 교수의 신체적 조건이 어릴 때부터 혼자 있으면서 혼자 즐기는 능력을 키우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 본다. 일이 없으면 굉장히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텅 빈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일에 매달려서 살아온 관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경제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하는데 시간을 보내지 못하면 무능하거나 쓸모없는 인간으로 취급한다. 심지어는 옆의 사람이 일 없이 빈둥거리는 것을 곱게 보아주지도 않는다. 남자가 은퇴 후에 부부간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근본적으..

참살이의꿈 2010.08.09

가서 당신도 그렇게 행하시오

그 율사가 스스로 의로운 체하려고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하니 예수께서 대꾸하셨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그를 벗기고 때리고 하여 반쯤 죽여 놓고 물러갔습니다. 마침 한 제관이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를 보고는 피해 갔습니다. 마찬가지로 한 레위 사람도 와서 보고는 피해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한 사마리아 사람이 길을 가다가 와서 보고 불쌍히 여겨 다가가서 기름과 포도주를 부어 상처를 싸맨 다음 그 사람을 자기 짐승에 태워 객사로 데려다가 돌보아 주었습니다. 이튿날 그는 두 데나리온을 꺼내 객사 주인에게 주면서 ‘저 사람을 돌보아 주시오. 비용이 더 들면 돌아올 때 갚아 드리겠소.’ 하였습니다. 이 세 사람 가운데 누가 강도 맞은 사람의 이웃이 되..

참살이의꿈 2010.07.31

책과 함께

3월 3일(월) 오전 중에는 독서를 하다...... 귀가 후 독서. 3월 6일(목) 반나절을 독서에 몰두하다. 저녁이 되면서 기분이 마구 들뜬다. 오늘은 기원에서 바둑을 배우는 날이다..... 3월 7일(금)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강연을 하기 위해 내려갔다.... 밤늦도록 독서를 하다. 3월 8일(토) 오전 중에는 독서를 하다. 오후부터 파스텔화 수업이 있어 아틀리에 대신 사용하고 있는 맨션의 한 교실에서 열 명 정도의 동료들과 누드화를 그렸다..... 밤늦도록 독서를 하다. 3월 10일(월) 오전 10시부터 원장을 맡고 있는 A 예술학원의 졸업식이 있었다..... 졸업식이 끝나고 교사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귀가하다. 늦은 밤까지 독서하다. 3월 11일(화)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보러 갔..

참살이의꿈 2010.07.12

그리스도인의 길

가톨릭 강우일 주교님이 7월호에 '가톨릭교회는 왜 사회문제에 관여하는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기고했다. 주교님이 의장으로 있는 가톨릭 주교회의에서는 지난 3월달에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서 주교회의 명의로 반대를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아마 이 글은 교회의 사회참여 논란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주교님은 글에서 4대강 사업을 하느님이 주신 십계명 중 일곱번째 계명을 위반하는 것으로지적하고 있다. '도둑질 하지 마라'는 계명은 단순히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자연계는 온 인류가 공동 관리하도록 맡기신 하느님의 선물이기에 인간은 이를 존중하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모든 피조물을 존중하기를 요구하는 계명..

참살이의꿈 2010.06.26

카르페 디엠

오래 전에 보았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는 키팅 선생이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학교 기념관으로 데리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는 선배들의 학창 시절 사진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의 젊었을 때 모습이 담겨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숙연해진 아이들 뒤에서 키팅 선생은 이렇게 속삭인다. “카르페 디엠!” 키팅 선생이 아이들에게 가르치려는 것이 이 한 마디에 함축되어 있다. 아이들은 미래의 나은 삶을 위해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공부에만 몰두한다. 아이들만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 누려야 할 즐거움은 포기하고 일에 매달린다. 그런데 학교에서 가르치는 공부란 무엇인가? 체제에 잘 적응시키기 위한 훈련이고 세뇌다. 어느 사회에서나 규..

참살이의꿈 2010.06.17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 마음속을 외경으로 가득 채우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 머리 위에서 별이 빛나는 하늘이고, 다른 하나는 내 마음속의 도덕법칙이다.’ 20대 때 가장 좋아했던 말이다. 인생의 의미에 대해 고군분투 싸우던 시절이었다. 칸트의 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심각한 척 폼을 잡기도 했다. 그리고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채로 그 책을 독파했다. 당시에는 세상의 유명한 철학책을 모두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게 있었고, 그것은 내 자존심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중에 을 읽었을 때 - 이 책은 부피도 얇고 읽기도 쉬웠다 - 뒷부분에서 이 구절을 발견하고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내 머리 위에서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마음속의 도덕법칙, 이 두 가지가 결국 내가 찾는 ..

참살이의꿈 2010.06.07

버텨내기

겨우겨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기분이다. 요사이 사는 게 그렇다. 가르치는 일이 재미있었던 적은 없었지만 지금처럼 밍밍한 적도 없었다. 아니, 밍밍한 정도가 아니라 지겹고 싫다. 누구 말대로 수업종이 울리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늙은 소의 심정이다.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만 두고 싶다. 왜 이렇게 되었나? 제대를 앞둔 말년 병장인 탓인가? 예전에 내가 군대생활 할 때는 제대 몇 개월 전부터는 일과에서 열외가 되는 게 관례였다. 군기가 빠진 정신 상태로 훈련을 받다가는 사고를 일으키기 십상이니 예방 차원도 있는 셈이었다. 군대건 사회건 마지막이 되면 일에 열정이 사라지는 건 공통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건 사람에 따라 다르기고 하다. 작년에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한 분은 나가는 날까지 자리를 지키며 열..

참살이의꿈 2010.05.26

내 몫의 고통이 있는 거죠

인생은 덜 익은 감을 깨문 것처럼 떫다. 인생의 맛이 어떠냐고 물으면 요사이는 그렇게 대답할 것 같다. 봄의 우울이 미열처럼 찾아왔다. 주기적으로 마음이 앓는 계절병이다. 감기에 치료약이 없듯 아픈 마음도 대책 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안다. “내 몫의 고통이 있는 거죠.” 전에 후배로부터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후배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건만 초연하게 말했다. 삶에는 누구에게나 각자가 감내해야 할 고통의 몫이 있는 것 같다. 이 세상은 연기(緣起)로 얽혀 있지만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의 원인을 인간의 이성으로 일일이 헤아릴 수는 없다. 어떤 때는 하늘을 원망하고 하느님을 원망한다. 왜 이런 고통이 찾아오는지 납득하지 못한다. 외롭지 않고 힘들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을까. 그때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

참살이의꿈 2010.05.12

조기은퇴의 꿈

사람들이 가진 은퇴에 관한 생각만큼 이율배반적인 것도 없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지겨운 밥벌이에서 벗어나기를 꿈꾼다. 그러나 직장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 또한 은퇴라는 말이다. 명퇴든 정퇴든 일 할 거리를 잃는다는 것은 두렵다. 일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또한 일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 도시 직장인들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퇴직을 결정하고 나니 너무 늦었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원래 젊었을 때는 10년 정도 일찍 떠나고 싶었다. 말 그대로 조기은퇴를 꿈꿨다. 그런데 세상살이가 맘대로 되지는 않는다. 어쩌저찌하다 보니 5년 정도 남기고 떠나게 되었다. 다른 직장에 비하면 벌써 정년의 나이를 넘긴 셈이다. 마침 어느 분의 블로그에서 조기은퇴에 대한 글을 읽었다. 이분은 주로 노후에 관계된 경제적 문제에 관해서..

참살이의꿈 2010.04.28

학교도 병원도 없는 세상

이반 일리치는 50대 중반부터 뺨에 종양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혹은 점점 커지고 고통도 심해져 아편을 먹지 않으면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리치는 한 번도 병원 신세를 지지 않았다. 병원 없는 세상을 꿈꾼 그의 신념대로 자신도 철저히 병원 진료를 거부하며 살았다. 그는 종양 때문에 엄청난 괴로움을 겪으면서도 아무런 의학적인 처치를 하지 않았고, 특별히 민간요법이나 자연요법을 찾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은 그 종양 때문에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수술을 거부하고 고통을 감내하면서 20년을 산 것이다.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일리치의 사상은 문명과 인간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하게 한다. 또한 일리치가 위대한 점은 자신의 말과 글에서 표명한 신념대로 일생을..

참살이의꿈 2010.04.19

어린 왕자가 사는 별나라에 가고 싶다

무소유와 청빈의 삶을 사셨던 법정 스님께서 떠나셨다. 장례 의식 역시 따로 관이나 수의를 마련하지 않은 채 진행되었고, 사리를 찾지도 말고 탑도 세우지 말라며 마지막까지 말과 행함의 일치를 보여주셨다. 스님이 쓴 책 제목이기도 한 ‘맑고 향기롭게’라는 말이 스님의 일생을 대변하지 않나 싶다. 스님은 돌아가시기 전에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기 위해 자신이 쓴 모든 책을 절판하라고 유언으로 남기셨다. 안타깝지만 스님의 뜻이 이해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시중에는 그런 소문이 더해져 사람들이 스님의 책을 마구 사들이는 바람에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소유의 가르침과 소유에의 집착 사이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모든 사람이 스님처럼 완전한 무소유를 실천할 수는 없다...

참살이의꿈 2010.03.17

한가하고 심심하게

아마도 올해가 직장 생활을 하는 마지막 해가 될 것 같다. 늘 바라왔던 일이지만 막상 끝이라고 생각하니 허전한 마음이 드는 것을 어찌 할 수 없다. 직업이나 일에 대한 애착과는 다른 종류의 아쉬움이다. 그 어떤 것이든 인생의 한 매듭을 통과하는 것은 힘든 일임에 분명하다. 새로운 삶에 적응하고 배우는 과정은 이제 시작되었다. 우선은 한가하고 심심한 것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겠다. 사람들은 누구나 무슨 일을 할 것이냐고 묻는다. 그러나 솔직히 대답하면 반론이 워낙 거세 늘 변명하기에 바빴다. 퇴직을 해도 뚜렷하게 할 일은 없다. 이만큼 살았으니 이젠 일에서 해방되고 싶을 뿐이다. 무슨 일을 하며 살겠냐고? 물론 나에게도 어렴풋한 생각이 있지만 사람들은 그건 일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절에 들어가면 속(俗)이..

참살이의꿈 2010.03.03

변화의 씨앗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에, 만약에, 모든 사람들이 지금의 상태에 만족하고 더없이 행복해 한다면 어떻게 될까? 돈을 더 벌려고 하지도 않고, 일류대학에 들어가려고 박 터지게 싸우지도 않고, 굳이 좋은 직장을 찾을 필요도 없고, 더 넓은 아파트를 바라지도 않고, 명품이나 신상품에 눈을 돌리지도 않는다면 과연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아마 현재의 경제 사회 시스템은 붕괴되고 말 것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 경제 구조는 한 순간에 무너질 것이다. 그리고 새로 열리게 될 세계는 어떨지 가히 상상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태어나 살면서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세상을 해석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한계 때문이다. 경쟁과 욕망 추구가 인간의 본성이라는 생각도 맞는 것인지 회의가 든다..

참살이의꿈 2010.02.12

행복은 나비와 같다

행복에 관한 어떤 연구에 따르면 행복감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생물학적 또는 유전적 요소라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행복감은 대부분이 이미 선천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말이 된다. 반면에 우리가 행복의 요소라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돈, 학력, 명성, 큰 집, 똑똑한 자녀 같은 것은 행복감에서 10%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40% 정도는 우리가 행복해지려고 하는 노력들 즉, 취미활동이나 인간관계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한다. 행복이란 우리가 성취하고 달성하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돈이나 지위 등 눈으로 보고 느껴지는 것에서 행복을 얻을 가능성은 더욱 낮다. 그것은 돈이나 지위를 쟁취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반대급부가 너무 큰 탓인지도 모른다. ..

참살이의꿈 2010.01.22

네 잎 클로버

밤골에서 D 수녀님이 크리스마스 카드와 함께 네 잎 클로버를 보내주셨다. 부서질 듯 바싹 마른 클로버를 조심스레 손 위에 올려놓고 바라본다. 클로버 잎에서 생긴 점이 점점 커지더니 넓은 화면으로 변하고옛날 밤골에서의 풍경이 열린다. 그때.... 수녀원 잔디밭에는 토끼풀이 많이 자랐다. 특히 성모상 옆에서는 네 잎 클로버가 자주 눈에 띄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한두 개 쯤은 어렵지 않게찾을 수 있었다. 미사 시간이나 또는 수녀님을 기다릴 때면 심심풀이로 잔디밭에 쪼그려 앉곤 했다. 그때 그곳에는 행운이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따뜻한 봄날이었다. 10년 전 어느 겨울, 비포장 산길을 따라 어렵게 찾아간 밤골과는 그렇게 인연이 맺어졌다. 첫눈에 반했고, 한 순간에 그곳은 내 이상향이 되었다. 적막 속에서..

참살이의꿈 2009.12.31

의식의 진화

알, 애벌레, 번데기를 거쳐 나비가 되는 과정을 인간 정신의 성숙 단계와 연관시켜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연속적이지만 전과는 차원을 달리 하는 엄청난 도약이다. 어느 순간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새로 태어나기를 원한다면 옛 세계는 파괴되어야 한다. 알의 단계 알은 0차원의 점이다. 그러나 알도 역시 하나의 생명체면서 세계다. 그 안에는 미래의 모든 가능성이 내장되어 있다. 그러나 스스로는 시공간을 지각하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한다. 알은 가장 낮은 단계의 의식 수준이다. 인간 중에도 의식 수준이 여전히 알의 상태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는 자신의 세계에 갇혀 바깥을 보지 못한다. 자신의 좁은 세계를 우주의 전부라고 착각한다. 그러니 감히 알에서 깨어 나오려는 발상을 하지 못한다. ..

참살이의꿈 2009.12.22

나무로 하여금 자기의 본성을 다하게 할 따름입니다

곽탁타의 본명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곱사병을 앓아서 등이 위로 불룩하게 솟는 바람에 기다시피 허리를 구부리고 다녔다. 그 모습이 마치 낙타와 비슷하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이 그를 ‘탁타’라 부르게 된 것이다. 이 말을 듣고는, “좋구나. 내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야.” 하고 본명을 버리고 스스로 곽탁타라 하였다. 그가 살던 마을 이름은 풍악인데 장안 서쪽에 있었다. 탁타는 나무 심는 것을 업으로 삼았다. 모든 장안의 호족과 부호들은 그가 나무 심는 것을 구경하기 좋아했고, 과일을 파는 사람들은 다투어 그를 맞아 거두어 주고 보살펴 주었다. 그가 심은 나무는 옮겨 심어도 잘 살 뿐만 아니라 크게 무성하여 결실이 빠르고 수확이 풍성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눈여겨보아 두었다가 그대로 해보지만 그렇게 되..

참살이의꿈 2009.12.04

행복의 정복

러셀의 ‘행복의 정복’[The Conquest of Happiness]을 처음 읽은 건 스무 살 무렵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 책은 파이프를 문 러셀의 케리커쳐가 표지에 그려진 작은 문고본이었다. 내가 들고 있던 이 책을 보며 네비게이터 회원이었던 친구가 묘한 미소를 지었던 기억도 떠오른다. 그의 표정에서는 "세상의 철학으로는 행복을 절대 찾을 수 없을 걸" 하는 냉소 비슷한 의미가 느껴졌다. 당시 나는 그가 속한 신앙 공동체와 막 결별하고 난 직후였다. 그때로부터 3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만난 ‘행복의 정복’을 읽는 감상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러셀은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처한 불행의 원인을 알고 적절한 방향으로 노력하기만 하면 누구나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참살이의꿈 2009.11.11

백년간 시름 잊을 일

김육(金堉, 1580-1658)은 조선조의 문신이며 실학자로 효종대에는 영의정을 지냈다.이분이 대동법(大同法) 실시에 진력했다는 것은 그가했다는 이런 말을 봐도 알 수 있다. "내가 입만 열면 대동법을 이야기하니 사람들이 나를 보면 웃을 만하다." 대동법이 당시에는 상당히 개혁적인 정책으로 지방의 부자나 토호세력들로부터 반대에 부딪치고 있었던 것 같다. 김육이 쓴 이런 시조가 전한다.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옴세 백년간 시름 잊을 일을 의논코저 하노라 '백년간 시름 잊을 일'을 의논코자 하겠다는 것은 이 시조가 단순히 꽃놀이나 친구와의 우정을 즐기는 풍류시조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부조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음풍농월하는 양반들의 유희가 아닌 적극적인 ..

참살이의꿈 2009.10.30

마음의 사진세계를 없애기

병원에 다녀오다가 길거리에서 '마음수련'을 안내하는 작은 책자를 보았다. 거기에 이런 내용이 있다. '세상은 있는 대로가 진짜이고 참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실제 세상을 그대로 복사한 가짜이고 허상인 내 마음세계 속에 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것을 눈 코 귀 입 촉감으로 사진을 찍어놓으니, 사람의 마음은 이 사진들이나 비디오테이프와 같습니다. 자기가 만든 마음세계는 눈을 떠보면 실제 세상과 너무나 똑같이 겹쳐져 있어, 사람들은 세상에 사는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만든 허상의 사진세계입니다. 자기만의 마음세계를 만들어 각자가 그 속에서 살아가니 서로 부딪히고, 갈등하며 고통 짐을 집니다. 가짜인 사진세계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나를 벗어..

참살이의꿈 2009.10.05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삶을 좋고 나쁨의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는 없을 것 같다. 삶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고, 그중에서 어느 것이 더 우월하다는 절대적 기준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좋은 삶의 정의가 구체적이면서 보편적이기는 어렵다. 우리는 특정 시대의 가치관의 범주 안에서 좋은 삶과 나쁜 삶을 말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또한 삶은 특정의 가치관을 떠나서도 가볍게 언급하기 어려운 진지하고 엄숙한 측면이 있다. 이 세상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은 삶이 있으며, 그 하나하나는 범접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심지어 다수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삶 안에도 보석처럼 반짝이는 무언가가 있는 법이다. 타인의 삶에 대해 특정 가치관의 잣대를 가지고 손쉽게 평가할 수는 없는 ..

참살이의꿈 2009.09.25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오면

나도 유언장을 써 놓을 필요를 느낀다. 죽음이란 게언제 어떤 방법으로 찾아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신이 말짱한 가운데 죽음을 맞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것이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죽음의 과정이 내 의지로 통제할 수 없게 된다면 가족에게는 미리 내 의사를 밝혀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유언장에는 현대 의료기술에 의한 생명 연장책에는 반대한다는 내용이 들어갈 것이다. 어떤 치명적인 병에 걸렸을 경우 자연스레 죽음에 이르는 길을 나는 택한다. 다만 병원으로부터는 고통을 줄이는 한도 안에서만 도움을 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장기기증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 다른 생명을 살리는 차원에서는 공감하지만 인간의 생명이 기술적인 방법에 의해 조작되는 점은 ..

참살이의꿈 2009.08.18

생태귀농을 꿈꾸는 벗에게

귀농은 밥벌이 수단의 변경이 아니라 삶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이다. 귀농이라는 말 속에는 인간다운 삶을 살려는 의지가 들어있다. 나 역시 한때 귀농의 꿈을 꿨었고 한 발을 들여놓기도 했었다. 그리고 빛이 바래긴 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그에 대한 소망이 남아 있으므로 귀농이라는 말은 아직도 나를 설레게 한다. 먼저 귀농해서 생태적 삶을 살고 있는 선배가 귀농의 꿈을 꾸고 있는 후배들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적은 글을 읽었다. 실제 농촌의 삶을 살면서 나온 충고들이므로 귀농의 뜻을 가진 사람은 귀 기울일 만한 내용이다. 귀농을 생각하고 실행하는 일은 아무리 심사숙고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용은 생략하고 제목만 옮겼지만 그 뜻이 어떠한지는 짐작될 것이다. 귀농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체크리..

참살이의꿈 2009.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