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636

묵가 공동체

춘추전국시대에 유가(儒家)와 함께 쌍벽을 이룬 것이 묵가(墨家)였다. 그러나 묵자(墨子)의 사상은 평민 중심의 사상이었으므로 지배층에 의해 배척되고 결국 역사에서 사라졌다. 근래에 와서 다시 새롭게 조명되고 있지만 역시 주류사상으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묵자가 선택한 길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공동체를 만들어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 공동체의 기본 이념은 겸애(兼愛)와 교리(交利)라고 할 수 있다. 겸애(兼愛)는 말 그대로 무차별적인 사랑을 뜻한다. 부모나 자식이라고 하여 다른 사람보다 더 사랑하지 않고, 친척 사이가 아니라고 하여 다른 이를 나 몰라라 하지 않는다. 공자도 인(仁)을 강조했지만 묵자의 겸애와는 차이가 있다. 묵자의 겸애는 문외한인 내가 볼 때는 예수의 사랑과 닮은 데..

참살이의꿈 2007.05.11

제 2의 인생

아이들이 나에게 붙여준 별명이 KFC다. KFC 치킨 가게 앞에 서있는 할아버지와 내가 비슷하다고 이놈들이 생각한 모양인데 한 아이에게 물어보니 인자하게 웃는 모습이 닮아서 그렇다고 한다.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는 것은 유감이지만 기분 나쁜 별명은 아니다. 아이들의 보는 눈은 정확하다고 믿는 편이고, 다른 사람이 보는 내 이미지가 긍정적인 데 일단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근래 사람들이 내 인상에 대해 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대체로 부드럽다거나 여유가 있어 보인다, 또는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는 말을 듣는 편이다. 물론 거기에는 외교적 언사도 있겠지만 그렇게 비호감인 사람은 아니다라는 정도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얼마 전에는 동료들로부터 피부 얼짱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리고 흰머리만 아니면 훨씬 젊어..

참살이의꿈 2007.05.06

귀연(歸然)

7년 전 시골로 내려가기로 결심했을 때 어떤 명칭을 붙일지 고민을 했다. 내가 도시를 떠나 시골로 들어가려는 목적이 있었으므로 거기에 맞는 적당한 이름을 부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말하는 귀농과는 성격이 달랐으므로, 뭔가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귀본(歸本)’이었다. 귀본은 ‘근본(根本)으로 돌아가기’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나름대로 해석하고, 내포하고 있는 철학적 의미가 좋아 내 자신만의 용어로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중에 사전에서 찾아보니 ‘귀본’은 불교 용어로 사람이 죽는 것을 의미했다. 아무리 내 식대로 쓴다고는 하지만 별로 좋은 말이 아닌 것 같아 그 뒤로는 잘 사용하지 않았다. 이제 내 삶의 방식을 나타낼 나의 용어를 다시 만들 필요를 느낀다. 그것은 현대인이 잃어버..

참살이의꿈 2007.05.04

이 시대에서 가난의 가치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무슨 살림이 이렇게 많이 필요한지 다시금 놀라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에 걸쳐 쓰지 않는 물건들을 버렸는데 그 양 또한 만만치 않았다. 현대의 도시에서의 삶은 쓰레기를 만드는 노릇에 다름 아닌 것 같았다. 사실 대부분이 쓰레기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것인데, 예전 같으면 고치고 손을 봐서 충분히 사용할 것들이 단지 쓰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이다. 특히 옷 종류는 단지 유행에 뒤지고 싫증난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것들이 태반이었다. 솔직히 버리면서도 뭔가 죄를 짓는 느낌 때문에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 마음을 비우고 버리는 공부는 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지만, 물건을 버린다는 것은 영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이다. 그것은 같이 생활한 물건과의 정서적 교감 때문일..

참살이의꿈 2007.04.27

[펌] 내 하느님이 계시는 곳

우리는 흔히 예수님을 만나러 교회나 성당에 간다. 성당에 가면 제대 위에 커다란 십자고상이 있고 벽에는 다양한 성화나 14처를 걸어 둔다. 그리고 안벽 감실에는 성체가 모셔져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평일에도 성당에 가면 저절로 머리가 조아려진다. 미사가 거행되면 그 분위기가 더욱 고조된다. 참례자 모두 지난 주간 자신이 저지른 죄를 고백하고 주님의 은총 속에 새롭게 거듭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미사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매일의 삶을 지배하는 ‘아집과 탐욕’에 사로잡혀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낸다. 교회는 이를 일러 ‘악’이라고 부른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일주일 가운데 6일을 악의 지배 아래 있다가 겨우 하루 성당에 나가 자신의 게으름과 나약함을 탓하며 다시는 그..

참살이의꿈 2007.04.22

내 탓이오

나는 겉보기와는 달리 치밀하지 못하다. 일을 대충대충 해버리는 것이 단점이다. 다른 사람들은 무척 꼼꼼하고 자상한 성격일것이라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번에 터를 정리하면서 그런 나의 성격 때문에 안 해도 될 고생을 하고 있다. 자신이 사서 형질 변경 시키고 수 년간 살았던 땅이 몇 필지인지도 모르고, 조금만 신경을 썼어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을 서류상의 오류를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터를 넘겨주면서 자기 땅이 어떤 것인지도 몰랐으니 할 말이 없다. 덕분에 처리기간도 늘어나고서류 준비나일의 양도 몇 배로 늘어났다. 경비가 많이 들어간 것도 물론이다.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도 괜한 수고를 끼치는 폐를 입혔다. 삽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을 중장비가 동원되어야했던 것이다. 이것이 다 일을 얼렁뚱..

참살이의꿈 2007.04.18

부활의 삶

이번 부활절은 새로 옮긴 성당에서 맞이했습니다. 워낙 경황없이 맞은 부활절이라 낯선 분위기와 더해져 마음이 어수선한 가운데 미사를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선지 나에게 있어 부활의 의미가 무엇인지, 또 부활의 삶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활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부활이 단순한 육신의 되살아남이 아니라 보다 깊은 영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보 신자가 그 깊은 의미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단지 우리가 죽은 뒤 언젠가는 예수님을 따라 부활해서 천국에서 영생을 누릴 것으로 믿는 그 이상의 차원이라는 것은 알 것 같습니다. 기독교 신자가 부활을 믿는다는 것이 현세에서 예수 잘 믿어 복 받고 잘 산 다음에 죽어서도 영생을 약속 받으려는 마음에 그쳐서는 안 될..

참살이의꿈 2007.04.11

부탄의 행복 실험

부탄이라는 나라를 처음 접한 것은 재작년에'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라는 제목의 부탄 여행기를 읽었을 때였습니다. 책을 통해 아름다운 풍광과 순박한 사람들의 모습에 반했었는데 비록 단편적이지만 그 뒤에 알게된 부탄의 모습은 저에게는 무척 경이롭게 느껴졌습니다. 알다시피 부탄은 1인당 연간소득이 1200달러에 불과한 빈국입니다. 인구도 70만 정도에 불과한데 가끔씩 발표되는 행복지수를 보면 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불가사의한 나라입니다. 정치 형태로는 왕권국가로 불교가 생활의 중심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군주의 왕권이 아니라 국민 중심의 왕권이라는 것은 "국민의 행복이 왕보다 더 중요하다"는 국왕의 선언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왕이 도입한 GNH[Gross National Happ..

참살이의꿈 2007.03.28

삶의 전환기에서

살다 보면 인생에도 매듭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인생 역시 비연속적인 단위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대개는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런 매듭을 분별해 내지만 어떤 때는 인생의 흐름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채기도 한다. 특히 한 매듭에서 다음 매듭으로 넘어가는 전환기에서 사람은 지나온 삶과 현재를 비교하며뭔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예감과 불안감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변화란 새로움과 성숙의 조건이지만 동시에 두려움과 불안의 원인이기도 하다. 패러다임의 전환기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내적 갈등이다. 기존의 삶의 태도를 수정한다는 것은 한 세계에 대한 포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내용이 어떠하든 간에 그것은 번민과 고통을 수반한다. 새로 얻게 될 것의 의미는 불확실한 상태에서 자신의 삶을 지탱해 주던 기..

참살이의꿈 2007.03.25

그런데 왜 행복하지 않지?

초심을 지키고 사는 이들은 드물다. 일에 파묻히면 잊어 버린다. 왜 그 일을 시작했는지도 까먹는다. 잊고 살다보면 가려던 길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래서 불행한 이들이 많다. 그때부터 스스로 최면을 건다. 내가 젊어서, 철이 없어서, 세상을 몰라서 그랬어. 지금 가는이 길이 옳아. 저기 봐.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길을 가잖아. 그런데, 그런데 왜 행복하지 않지?

참살이의꿈 2007.03.14

시장 사람과 마트형 인간

시장과 마트야말로 우리 시대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일 것입니다. 재래시장이 사라지면서 대형 마트로 대체되는 현상은 도시화와 개인주의화 되는 우리 문명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외형적인 변화는 당연히 인간 생활을 변화시키고 의식을 지배하게 됩니다. 어느 분의 글에서 사람을 시장 사람과 마트형 인간으로 나눈 것에 공감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과거와 현대의 인간상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물건과 물건이 거래되는 장소가 시장이지만 그곳에는 인간의 체취가 묻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장터는 물건이 모이는 장소라기보다는 사람이 모이는, 특히 어른들에게는 사람을 만나는 장소였습니다. 물건을 사고팔 때의 흥정이 그렇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축제 마당과 닮았습니다. 예를 들어 우시장에서 소를..

참살이의꿈 2007.03.14

참행복

얼마 전에 세계의 10개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행복도를 비교한 결과가 나왔다. 예상대로 북구에 있는 도시의행복도는 높았고, 서울은 꼴찌였다.국가별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도 우리나라는 늘 뒤쪽에 처져 있다. 대한민국과 행복은 아직까지는 영 인연이 없는가 보다. 참고로 작년에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이 발표한 행복지수에서 178개국 중 1위를 차지한 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이 2900달러에 불과한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였다. 이름도 생소한 이 나라는 국민소득으로만 따지만 전세계 233개국에서 207위로 거의 꼴찌에 가까운 나라다. 행복도를 조사하는 기관에 따라 순위는 들쑥날쑥하지만 공통적으로 빈곤한 나라의 행복지수가 높게 나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조사에서 10위까지의 순서는 바..

참살이의꿈 2007.02.01

소식(小食)의 결심

새해가 되었다고 해서 새로운 목표를 세우거나 특별한 결심을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올해는 우연히 하나의 결심을 하게 되었다.연초의 어느 날이었는데 TV에서 반식(半食)을 통한 다이어트 강의를 들은 것이 계기였다. 내 자신이 다이어트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 강의를 통해 내 식사 습관을 고쳐야 되겠다고 느낀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삼복(三福)을 타고났다는 말을자주 듣는다. 예부터 쾌식(快食), 쾌변(快便), 쾌면(快眠)을 삼쾌(三快) 또는 삼복이라고 불렀다. 쉬운 말로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나는 타고난 행운아이다.아내는 변비와 불면증으로 심하게 고생하는데 옆에서 지켜보기에 무척 안스럽지만솔직히 그 심정을 헤아리지는 못한다. 내가 그 고통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기 때..

참살이의꿈 2007.01.25

짐을 정리하다

터에 내려가서 짐을 정리했습니다. 내외가 서로 안과 밖에서 말없이 일을 했지요. 예상 외로 일은 쉽게 끝났습니다. 살림살이가 그렇게 단촐했던 때문이었습니다.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해서 어디 하나에 눈을 두지 못했습니다. 눈길 닿는 모든 것에 내 꿈과 땀과 눈물이 들어있으니까요.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옛 기억들이 마구 쏟아져나올 것 같았습니다. 지금 돌이키면 많은 기억들 중에서도 힘들고 어려운 것들만 떠오를 게 틀림없습니다. 이웃 아줌마가 찾아와서 "허전하겠네요"라며 말을 건넵니다.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리고 비 오는 날도 있고, 길을 걷다보면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듯 우리 인생길에도 영고성쇄의 부침이 반복됩니다. 다만 사람마다 주기와 진폭이 다를 뿐이지요. 그러니 일이 뜻대로 잘 풀린다고 지..

참살이의꿈 2007.01.19

아미쉬의 용서

K형! 새해 인사도 변변히 드리지 못했군요. 형에게는 왠지 진부한 새해 인사가 어울릴 것 같지 않네요. 여전히 잘 지내시겠지요? 미국에 있는 아미쉬 공동체를 요즈음 새롭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형은 그 종교적 공동체에 대하여 전에 별로 탐탁치 않게 말한 적이 있었지만요. 형이 그렇게 말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지금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러나 공동체의 수명이 길어야 30년이라고 말을 하는데 그래도 아미쉬 공동체는 근 30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어떤 평가를 해 주어야 할 것 같아요. 그들은 미국이라는 자본주의의 중심지에서 가장 반문명적이고 반자본주의적 삶을 살고 있습니다. 현대 문명(전기, 전화, 자동차, TV)을 거부하는 그들은 겉모습만 보아도 구별이 됩니다. 그 공동체를 유지하는 힘..

참살이의꿈 2007.01.09

원하지 않으면 부족하지 않다

연말이 될 수록 삶이 공허하고 허전하게 느껴지는 것은 채워지지 않은 바람이나 기대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해 동안 애쓰고 노력한 만큼 이루어지지 못하고 채워지지 않으니 불만족이 생기고 사는 게 힘들게 느껴지는 거지요. 거기에는 늘 욕심이라는 마음이 관계되어 있습니다. 욕(慾)은 생명체가 생존 번식하기 위하여 하늘이 주신 것이지만, 인간의 경우는 지능과 더불어 욕망이 고도로 진화 발전하여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욕망의 포로가 되어 버렸습니다. 동물의 기본적인 생존 욕망은 결코 그들을 불행으로 이끌지는 않습니다. 동물 욕망은 단순하고 자기 한계를 갖고 있어 자연 생태계와 조화를 이룹니다. 그에 비해 인간의 욕망은 쉼 없이 팽창하며 지배와 정복을 통해 욕망을 달성하려 합니다. 그 끝없는 자기 증식은 암..

참살이의꿈 2006.12.21

길을 잃어야 새로운 풍경을 만난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무언가를 상실한다는 것은 고통이며 아픔이다. 그러나, 길을 잃지 않으면 낯선 풍경을 만나지 못한다. 무언가를 떠나보내지 않으면 새로운 것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내꿈이었고 내 모든 것이었던 너! 나는 이제 너에게 미련없이 안녕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길 위의, 낯 설고 새로운 풍경과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참살이의꿈 2006.12.03

터의 새 임자가 결정되다

터의 임자는 제일 가까이에 있었다. 땅이나 집 임자는 따로 정해져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여러 사람들이 찾아와 보고 인연을 맺을 것 같았는데 결국은가까운 이웃이 임자로 결정되었다. 이 분들은 우리가 처음시작할 때부터지금까지 어떻게 지냈는지를 잘 아는 사람들이다. 내 가슴 속에 들어있는 사연이 너무나 많아 지금은 아무 생각도 말도 나오지 않는다. 기쁨이나 슬픔이 한도를 넘으면 그것은 더 이상 기쁨이나 슬픔이 되지 못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한참 시간이 지나야 찬찬히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결정이 잘 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도 훗날이 되어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수 년간은 내 인생에서 거대한 쓰나미가 마음터와 생활을 뒤흔들어 놓았던 시기였다. 그 한 매듭이 이제 지어졌다.... 지금은..

참살이의꿈 2006.11.27

푸른 광장을 꿈꾸는 사람들

최인훈의 ‘광장’ 서문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이 땅 위에 사람들이 살기 비롯한 것도 오래 되거니와, 앞으로도 사람은 오래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살아가는 누구나, 이 세상을 살면서 무언가 저마다 짐작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데 이 짐작이 얼마쯤 뚜렷한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때도 있다. 사람은 초목이나 짐승과는 달라서, 이 짐작이라는 것을 나면서 몸에 지니고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는 동안에 저편에서 가르쳐주고, 제가 깨달아간다는 것이 삶의 어려움이다. 그런데 그 삶의 짐작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혼자 힘으로 깨닫기는, 혼자서 태어나기가 어려운 만큼이나 어려운 시대라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은 허둥지둥하게 된다. 짐작이 안 가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참살이의꿈 2006.11.09

우리 현실과 희망의 대안

교양강좌의 마지막 시간은 고려대 강수돌 선생님의 ‘우리 현실과 희망의 대안’이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들었다. 강 선생님은 시골 마을에서 생태적 삶을 몸으로 실천하고 계시는 분이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돈의 학문 대신 삶의 학문을, 죽은 이론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실천을 추구하시는 분이다. 그래선지 강의 내용이 살아서 감명 깊게 전달되었다. 특히 그분의 온화한 말투, 평화스런 얼굴은 그분의 실제 삶이 어떠한지를 다른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생생하게 전해졌다. 강의 내용을정리해 보았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본주의 체제란 어떤 것이며, 그 체제 하에서의 인간의 위치를 가정과 학교, 직장으로 나누어서 진단해 본다. 자본주의란 쉽게 말해 돈 놓고 돈 따먹는 경쟁의 체제다. ..

참살이의꿈 2006.10.27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

암 투병중인 친구와 통화를 했습니다. 어느 날 불현듯 암 선고를 받고 지금은 직장도 그만 두고 통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수술도 어렵다고 합니다. 그의 고통을 헤아리기 어려운 나는 전화 통화하기도 미안합니다. 그런데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가 예상외로 밝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명절 다음 날 친구들 몇이서 근교에 놀러갔다 왔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중병에 걸린 사람 같지가 않았습니다. 나 같으면 고슴도치처럼 몸을 웅크리고 숨었을 것입니다. 평소에 낙관적이고 밝은 성격의 친구다워서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도리어 친구는 내 처지를 걱정해 주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해 보지 못한 경험을 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야.” 한계 상황에 처한 친구가 아무 것도 아닌 일의 나를 위로해 주었습..

참살이의꿈 2006.10.10

쓸쓸하고 허전한

가을이 쓸쓸하다지만 터의 가을은 더욱 쓸쓸하고 허전하다. 일을 해도 신명이 나지 않는 것은 이미 마음이 떠났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의 가을이야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느낌이 이렇게 달라지는 것은내 마음이 변한 탓이리라. 마치 영혼이 떠난 육체처럼 터는 낯설게 누워있다. 이곳에 들어온지 7년 째, 내 인생에서 새로운 길을 걸어가며 세상이 주는 온갖 희노애락을 다 맛보았다. 지난 40여 년의 삶을 하나로 농축시키더라도 이 7년 간의 농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잃은 것도 많았고 배운 것도 많았다.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우물 안 개구리가 세상에 한 발을 내디딘 순간 화들짝 알아 버렸다. 놀란 개구리는 흠찟 놀라 다시 발을 들여 놓는다. 잠시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그리고 ..

참살이의꿈 2006.09.18

깃털처럼 살기

마음공부란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아가는 공부입니다. 자신을 얽어매는 집착과 애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되는 공부이지요. 잘 산다는 것은 제대로 자신을 알아가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종교를 갖고, 수도생활을 하는 목적이 여기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공부를 멀리 특별한 장소에 가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 여기가 바로 그런 수행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음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어느 분의 글에서 본 내용인데, 이분은 자신의 마음공부를 ‘깃털처럼 살기’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이분은 이걸 수첩에 적어두고 적어도 하루에 두서너 개씩은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그분의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

참살이의꿈 2006.09.12

반달과 반딧불이

반달이 떠있는 밤이다. 전깃불을 끄니 달빛이 살아나 방안으로 스며든다. 달빛에 온몸이 젖도록 자리를 잡고 눕는다. 창문 한 구석에 달이 걸려있다. 맑은 밤하늘에 떠있는 달은 밝지만 바로 쳐다보아도 눈부시지 않다. 같은 태양빛이건만 달에 머물다 온 빛은 달의 마술에라도 걸린 듯 은은하고 요염하다. 오늘 밤은 달도 무척 외롭게 보인다. 달은 무엇이 그리워서 저렇게 남의 빛을 빌려서까지 자신을 환하게 불 밝히고 있을까? 달이 서산으로 질 때까지 잠을 들지 못하다. 이곳에서의 생활도 이젠 안녕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방안으로 반딧불이 한 마리가 날아다니고 있다. 밖으로 나가고 싶어선지 방충망에 붙어 계속 깜박거린다. 그러나 나가는 길 찾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 들어오기는 쉽지만 나가기는..

참살이의꿈 2006.09.04

다시 그리는 나의 꿈

외딴 산기슭 조용한 곳에 백여 평 정도 되는 땅을 얻고 싶습니다. 경치는 중요하지 않지만, 반드시 양지바르고 배수가 잘 되는 땅이어야 합니다. 사람 사는 동네에서는 적당히 떨어져 있는 것이 좋겠습니다. 호기를 부리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지만 많은 비용을 들여서야 내 성격으로는 감당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주위에는 여러 가지 과일나무와 꽃나무들을 심겠습니다. 마당에는 황토를 깔고 한 귀퉁이에는 조그마한 텃밭을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다섯 평 남짓 되는 흙집을 내 손으로 직접 지어보겠습니다. 이번에 짓는 집은 친환경적인 소재만 사용할 것입니다. 말 그대로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며 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측간 역시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 것입니다. 사람에서 나온 것이 땅으로 들어가고 다시 ..

참살이의꿈 2006.08.19

재미있는 라디오

여기는 일부러 TV를 들여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인터넷도 되지 않습니다. TV를 안 보고 인터넷을 안 해도 별 아쉬움을 못 느끼니 다행히 저는 아직 문명에 덜 중독이 된 모양입니다. 대신에 세상과의 통로는 라디오입니다. 라디오는 하루에 두세 시간 정도 듣는 편인데, 다이얼은 MBC FM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아침에는 ‘여성시대’를 가끔 듣고, 저녁에는 8시에 시작되는 ‘재미있는 라디오’와 9시 뉴스를 듣습니다. 그 시간이 일을 마치고 저녁을 먹거나, 먹고 난 뒤의 휴식시간과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낮의 열기도 식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거실에 누워 라디오를 듣는 재미가 무척 쏠쏠합니다. TV는 눈을 뜨고 집중해야 하지만 라디오는 눈을 감아야 도리어 제격입니다. 비슷한 정보를 전달받을 때 라디오가 훨씬..

참살이의꿈 2006.08.18

혼자 있는 즐거움

이곳에 내려와 혼자 생활한지 일주일째입니다. 혼자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우선 불편하지 않느냐고 걱정합니다.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상이 남자가 하기에 귀찮고 힘들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내 한 몸 살아가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은 사실 그다지 힘들지도 귀찮지도 않습니다. 집에서 주부가 하는 일과는 비교가 될 수가 없지요. 그것도 어쩌다가 하는 일이니까요. 사람들이 걱정해 주는 말에 그냥 괜찮다고 답해주지만 사실 내 마음은 얼마나 좋고 흡족한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좋은 마음을 드러내놓고 자랑할 수는 없지요. 내가 여기서 즐거운 이유는 일상적인 삶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누구의 간섭도 없이 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습니다. 출근시간을 알리는 벨소리도 없고, 싫어도 해야만..

참살이의꿈 2006.08.10

제대로 밥 먹기

‘작은 것이 아름답다’ 8월호에 황대권 님의 ‘션찮은 반찬으로 맛있게 밥 먹기’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습니다. 새겨들을 만한 내용이어서 글을 부분적으로 발췌, 요약해 봅니다. 음식점에서 정식을 시키면 한 상 가득 찬과 요리가 나오고 밥은 가장 나중에 나온다. 밥을 먹을 때쯤이면 이미 과식 상태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인들은 밥 먹으러 가자 해 놓고는 밥은 조금 먹고 찬만 잔뜩 먹고 오는 게 당연한 일처럼 되어 버렸다. 이것이 육식은 일상화되면서 생긴 식습관이다. 고기에 야채를 곁들여 먹으면 곡기가 없어도 되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이미 고기 맛에 길들여진 몸의 요구를 어쩌지 못한다. 그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상당한 결심과 의지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찬이 아니라 밥 위주로 식사를 하는 것이다. 반찬은 그저 그런..

참살이의꿈 200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