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378

수타사 산소길과 구룡령 옛길

강원도 여행 첫날은 공작산에 있는 수타사 산소길을 걸었다. '산소길'은 강원도에서 만든 숲길 이름이다. 2018년까지 약 70개의 산소길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총 길이는 500 km 가까이 된다.수타사 산소길은 그중에서 첫 번째로 만들어진 길이다. 길은 수타사(壽陀寺)에서 시작하여 수타사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가 다시 반대편으로 해서 내려오게 되어 있다. 전체 길이는 약 4 km가 된다. 계곡 오른쪽으로 해서 올라가는 길은 부드럽고 완만한데 왼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상대적으로 오르내림이 심하다. 수타사 계곡은 흰 암반과 바위가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길 중간 쯤에 있는 귕소는 특히 눈길이 갔다. '귕'은 소여물통을 가리키는 말이다. 굵은 나무를 길게 파내어 소여물을 담았다. 이곳의 생긴 모양이 닮아서 그..

사진속일상 2010.10.16

양평동에서 사당까지 걷다

열아홉 번째 는 양평동에서 안양천, 도림천을 거쳐 사당까지 걸었다. 햇빛 쨍쨍한 날이었다. 하늘에는 솜털 같은 뭉게구름이 하얗게 피어올랐다. 햇살이 따가워 가능하면 그늘을 찾아 걸었다. 그래도 걸음은 가벼웠다. 내 마음도 뭉게구름처럼 부풀었다. 길 위에만 서면 이렇게 기분이 좋아진다. 만약 내 호(號)를 지어야 한다면 '우보'라고 해야겠다고 혼자 생각하고 있다. 한자로는 '又步'로 '또 걷는다'는 뜻이다. 양평동에서 안양천으로 나가 상류 쪽으로 걸었다. 오른쪽으로 목동 지구를 끼고 지나갔다. 오늘은 빌딩들과 구름이 잘 어울렸다. 안양천을 30분 정도 걸으면 도림천과 만나는 지점이 나온다. 도림천(道林川)은 관악산에서 발원하여 서울대학교를 지나 관악구, 동작구, 영등포구, 구로구를 거쳐 안양천으로 유입되는..

사진속일상 2010.09.04

걷다

여주 밤골에서 떠나온지 3년이 넘었다. 그런데 당시 세금 계산이 잘못 되었다며 추가분 2천여만 원을 더 내라는 연락이 지난 달에 세무서에서 왔다. 농지를 자경한 것 같지 않으니 고세율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경작했다는 증빙서류를 붙여 청구서를 제출했는데 인정할 수 없다는 통지를 어제 받았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배낭에 물 한 병 넣고 길을 나섰다. 지하철 선바위역에서 내려 양재천을 걸었다. 잔뜩 흐린 날씨에 비가 오락가락했다. 가는 비는 맞았고 굵은 비는 다리 밑에서 피했다. 10년 전 밤골 땅을 구입할 때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방학과 주말을 이용해 경작하겠다고 신청해서 여주군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곳 세무서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답답한 일이 아닐 수 ..

사진속일상 2010.08.28

걷기 자료

인터넷 서점에서 ‘걷기’에 대한 안내서를 검색해 보니 70종이 넘게 나와 있다. 그중에서 열 권을 골라 책의 목차를 정리해 보았다. 이 목차만 보아도 걷기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코스가 어떤 게 있는지 대략 파악할 수 있다. 나에게는유용한 자료가 될 것 같다. 1. 대한민국 걷기 사전 / 이천용 외/ 터치아트 대한민국 걷기여행책의 완결판. 을 시작으로 걷기여행책 시장에 불을 지핀 이후, 그동안 함께 참여한 필자들의 노하우와 5년여 동안의 성과들을 모은 책이다. 걷기여행 전문가들이 걸었던 수많은 길 중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을 만큼 걷기 좋은 길과, 멀고 힘들더라도 한 번쯤 걸어 보면 좋은 길들을 엄선하여 2백 곳의 걷기 코스를 소개한다. 30분 정도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곳부터 한나절, 하루 또는 완..

길위의단상 2010.08.23

수락산길을 걷다

10여 년 전 쯤이었다. 탈서울을 결심하고는 서울과의 안녕을 기념으로 서울과근교의 모든 산을 올랐던 적이 있었다. 그때 수락산을 오른 뒤 이번에 두 번째로 수락산을 찾았다. J, Y, 두 형과 함께 했다. 지하철 장암역에서 만나 박세당 고택을 지나니 바로 계곡으로 연결되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석림사가 나왔다. 매월당 김시습이 은거했던 절이라고 J 형이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계곡에서 쉬기도 하면서 쉬엄쉬엄 산길을 걸어 올라갔다.수락산은 화강암 암반으로 되어 있는데 이름 그대로 물이 풍부하고 계곡도 잘 발달되어 있다. 북한산이나 도봉산의 명성에 가려 있어 자주 찾지 않았지만 수락산만의 아름다움을 이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날씨는 구름이 잔뜩 끼었고 가는 비가 오락가락했다. 우산을 쓸까말까 망설이게 하는 ..

사진속일상 2010.08.12

용마산길을 걷다

넷이서 용마산길을 걸었다. 망우리 고개에서 시작해 망우산, 용마산, 아차산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높지는 않으나 가볍게 걷기에는알맞은 능선길이다. 여름 더위의 한가운데라 땀이 비오듯 흘렀다. 더구나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라 습도가 높아 작은 경사길에서도 이내 숨이 찼다. 비를 맞아도 시원하지가 않았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잘도 가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난 여름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아니면 그동안에 체력이 너무 떨어졌는지도 모른다. 원래는 도봉산을 가려고 했으나부담이 될 것 같아 이곳으로 바꿨는데 현명한 선택이었다. Y는 다 좋은데 술을 너무 밝힌다. 내려와서도 반주로 시작한 술병이 계속 늘어났다. 산을 가장 열심히 다니지만 배 또한 제일 뽈록하다. 내려와서의 뒤풀이가 모든 것을 도로아미타불로 만들어..

사진속일상 2010.08.06

북악산 김신조 루트

올해 초에 북악산 김신조 루트가 개방되었다. 1968년 무장공비 습격 사건 이후 42년 만의 일이다. 북악산은 경복궁 뒷편에 있는 서울의 주산으로 그동안 전면 통제되었다가 문민정부 때부터 차례차례 열리기 시작했다. 이 길들을 '북악 하늘길'이라고 부른다. 그중에서 김신조 루트는 당시 무장공비들의 침투와 도주로를 중심으로 만든 길이다. 어제 직장 동료들과 같이 걸었다. 지하철 경복궁역에서 내려 택시로 타고 창의문까지 갔다. 출발점인 창의문(彰義門)이다.한양 성곽을 출입하는 4소문 중의 하나로 북쪽에 있다. 여기서부터 백사실로 가는 능금나무길을 따라가면 북악산 산책길과 만난다. 길은 북악 스카이웨이와 나란히 나 있다. 그러나 지나는 차들이 거의 없어 걷기에는 별 방해를 받지않았다. 다행히 구름이 끼면서 따가..

사진속일상 2010.08.04

다시 관악산에 다녀오다

어젯밤에는 바람이 거셌다. 뒷산 나무들이 밤새 우는 소리를 냈다. 산속에서 악에 받쳐 고함을 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선지 답지 않게 잠을 설쳤다. 수없이 잤다 깼다를 반복했다. 비몽사몽간에 이런저런 욕망과 망상에 시달렸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집에서부터 서달산, 까치산을 거쳐 관악산까지 이어지는 길을 다시 걸었다. 이번에는 아내가 동행했다. 아기자기한 산길이 무척 좋았다. 우리는 이 길을 '관악산 올레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산길을 걷는 아내의 발걸음도 오늘은 가벼웠다. 이제 조금씩 고도를 높으며 도전한다면 관악산 정상에 서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방학 끝 무렵에는 산 정상에 서는 게 목표다.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약간 더 고도를 높인 뒤 관음사를 거쳐 내려왔다. 그래봤자 아직은 산의 3부 능선 쯤..

사진속일상 2010.08.01

관악산에 다녀오다

이웃에 사는 G 선배와 관악산에 다녀왔다. 집이 있는 국립현충원에서 관악산까지 연결되는 녹색축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이때껏 그 연결 지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마침 오늘 선배를 따라가며그 길을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10여 분 정도 주택가를 가로질러야되는 구간이 있지만 한강에서 부터 서달산, 까치산공원을 지나 관악산까지 연결되는 산길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앞으로 이 길을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다. G 선배와는 10년 전에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헤어졌었는데 작년에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마침 또 가까운 이웃에 살고 있어 가끔씩 만나고 있다. G 선배는 이번 8월에 정년퇴직을 한다. 나 역시 명퇴를 하게 되면 앞으로 더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참 묘하..

사진속일상 2010.07.27

덕진에서 한벽당을 왕복하다

그저께는 전주천을 따라 덕진에서 한벽당 사이를 왕복했다. 비가 내린다고 예보가 되었으나 하늘만 잔뜩 흐렸을 뿐 걷기에는 지장이 없었다. 전주천은 여러 번 걸었으나 이번에는 상류 쪽으로 해서 한벽당까지 갔다.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치명자산 앞을 지나 더 멀리까지 걸어갔을 것이다. 도심을 벗어난 그쪽은 전주 한옥마을과 연계된 둘레길인데 조용하면서 풍광이 좋아 보였다. 한벽당(寒碧堂)은 조선 건국에 큰 공을 세운 최담이 태종 4년(1404)에 별장으로 지은 건물이다. 누각 아래로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데, 바위에 부딪쳐 흰 옥처럼 흩어지는 물이 시리도록 차다하여 ‘한벽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호남의 명승 한벽당에는 시인 묵객들이 쉴 새 없이 찾아와 시를 읊고 풍류를 즐겼으며, 길 가던 나그네들도 ..

사진속일상 2010.06.29

중랑천과 배봉산길을 걷다

열여덟 번째 는 중랑천 둑길과 배봉산길을 걸었다. 한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른 더운 날씨였다. 전철 장한평역에서 내려 인근에 있는 장안설렁탕집에서 설렁탕으로 점심을 한 뒤 군자교를 들머리로 걷기를 시작했다. 30대 때 직장이 이곳에 있었고, 중랑천 건너편에 집이 있어서 이 길은 출퇴근로였다. 자전거를 타고 둑길을 다니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는 나무가 없었는데 지금은 벚나무가 무성한 터널을 이루고 있다. 이 길을 약 4 km 정도 북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둑길이 끝나고 배봉산으로 연결된다. 배봉산 산길도 아주 잘 정리가 되어 있다. 나무가 많은 편안한 흙길이다. 특히 길 곁으로는 야생화 화단이 잘 가꾸어져 있다. 시민을 위한 이런 배려는 서울 어디나잘 되어 있어 고맙다. 바쁠 것 없으니 쉬엄쉬엄 걷는다. 배..

사진속일상 2010.06.05

안양천을 따라 인덕원까지 걷다

영등포구 양평동에서 안양천과 학의천을 따라 안양시 인덕원까지 걸었다. 열일곱 번째 였다. 이번 주에는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특히 어제는 오후부터 몸이 춥고 떨리며 몸살기가 있어 쌍화탕을 먹고 일찍 자리에 누웠다. 잠을 자면서 땀도 많이 흘렸다. 그래서 오늘은 꼼짝을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놀랍게도 몸이 개운한 것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운동화를 신었다. 오늘은 햇살이 따가워서 주로 그늘진 둑길을 따라 걸었다. 둑길은 바로 옆에 도로가 있어 시끄러운 단점이 있지만 대신 벚나무 그늘이 있어좋았다. 다행히 바람도 적당히 불어주었다. 천변에는 이곳저곳에 꽃밭이 만들어져 있어 눈요기 하기 좋았다. 순서대로 유채꽃, 꽃창포, 꽃양귀비인데 마지막 꽃은 확실하진 않지만 금영화인 것 같다. 오랜만에..

사진속일상 2010.05.29

장봉도 산길을 걷다

부처님 오신 날, 아내와 함께 서해에 있는 장봉도에 갔다.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30분을 가면 만나는 섬이다. 섬을 가로질러 걷는 산길이 좋다고 해서 일부러 찾았다. 휴일이라 복잡할 걸 예상하고 일찍 집을 나섰는데 웬걸, 안개로 배가 두 편이나 결항되었다. 거의 두 시간을 기다려 배를 탔지만 덕분에 사람과 차로 엄청 복잡했다. 섬의 옹암선착장에서 부터 북서로 이어지는 초록의 산길은 좋았다. 그러나 단체 등산객이 있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느라 많이 피곤했다. 조용한 산속에서 시끄러운 사람 소리는 너무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섬의 최고봉인 국사봉을 지나 장봉3리까지 가는데 세 시간 가까이 걸렸다. 길가에서 붓꽃, 조개나물, 흰민들레, 엉겅퀴, 개구리자리, 등대풀 등의 꽃들도 만났다. 낮에는 여름 ..

사진속일상 2010.05.21

선바위역에서 안양예술공원까지 걷다

어제 저녁에는 삼삼회 모임이 안양예술공원에서 있었다.시간 여유가 있어서 이왕이면 걸어가기로 했다. 출발지는 과천의 선바위역이었다. 맑고 따스한 토요일 오후였다. 선바위역에서 나오면 바로 양재천과 만난다. 천변 길을 따라 과천 방향으로 걷는다. 앞에는 관악산이 보인다. 아마 예전 같았으면 저 산을 넘어서 안양으로 갔을 것이다. 아직은 조심해야 할 때다. 시내로 들어갈수록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천변 길은 과천 시내를 지나다가 중앙공원에서 갑자기 끝난다. 그 뒤부터는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하는 난코스였다. 1시간 30분 만에 인덕원에 도착했다. 해장국으로 속을 풀었다. 그저께 옛 동료들을 만나 늦게까지 회포를 풀었더니 속이 불편하던 터였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천변 길이 나온다. 안양천의 지류인 학의천이다..

사진속일상 2010.02.21

이촌에서 새절까지 걷다

열여섯 번째 는 이촌에서 새절까지 걸었다. 출발지는 지하철 이촌역이었다. 역에서 내려 한강 시민공원으로 나가니 강바람이 차가웠다. 특히 하류 쪽으로 내려가는 방향은 맞바람을 맞아야 해서 더 힘들었다. 아내와 동행했는데 아내는 1차 목표가 절두산성지까지였다. 나는 불광천까지 거슬러 올라가 볼 예정이었다. 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여의도. 한강길을 걸을 때의 장점은 이렇게 전망이 넓게 트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같은 길을 여러 번 걸어도 계절이나 시간에 따라 느낌이 다르므로 늘 새롭다. 한강의 얼음은 대부분 녹았지만 강 가장자리에는 아직 얼음 조각들이 남아 있다. 길은 강변북로와 나란히 이어진다. 큰 도로가 바로 옆에 있으면 소음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스팔트로된 자전거길과 보행로로 이용되는 ..

사진속일상 2010.02.06

삼전도비를 보고 구의까지 걷다

1637년 1월 30일, 조선의 왕 인조는 한강 삼전도로 나가 청 태종을 향해 무릎을 꿇고 항복한다. 남한산성으로 도망간 지한 달여 만의 일이었다. 김훈의 을 읽어 보면 싸움다운 싸움 한 번 못해 본 조선 군대의 지리멸렬한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하긴 청군이 개성까지 쳐들어 올 때까지도 전쟁이 일어난 것도 몰랐다니까 당시 나라꼴이 어떠했을지는 짐작이 간다. 병자호란의 치욕은 조선 집권층의 시대착오적 중화사상 탓이라는 게 정설이다.만주족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보면서도 사대부들은 고집불통으로 명나라와의 의리만 주장하고 다른 나라는 오랑캐의 나라라고 멸시했다. 청으로 국호를 바꾼 만주족은 다시 조선을 침략해서 항복을 받고 두 나라는 군신의 관계를 맺게 된다. 전쟁 뒤에 수많은 사람들이 볼모로 청나라에 잡혀 ..

사진속일상 2010.02.01

반포를 한 바퀴 돌아오다

오늘은 서초구로 산책을 나갔다. 집에서 약 30분 가량 걸어가면 서리풀공원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작은 산으로 된 녹지가 반포 지역까지 연결되어 있다. 중간에 몽마르뜨공원이 있고 누에다리를 지나서 내려가면 고속터미널이 나온다. 아내와 함께 첫 걸음을 해 보았다. 산책을 하는 길은 여러 종류가 있다. 되도록이면 시내의 번잡한 길은 피하는 편이지만 오늘 같은 날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새로운 길은 늘 가벼운 흥분을 일으킨다. 이석원의 산문집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세상에 길은 많고, 모든 길은 저마다의 특색이 있다. 여행지에서의 산책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근처를 거닐게 된다. 그리고 그날그날 산책의 용도에 따라 코스 또한 다양하게 선택된다. 운동을 겸해 약간 빠르게 걸을 수 있는 길, 생각할 것..

사진속일상 2010.01.29

전주천을 산책하다

전주에 간 길에 전주천을 산책했다. 덕진동 백제교에서 시작하여 하류 방향으로 걸었다. 사평교, 가련교, 추천교를 차례로 지나친 뒤 그 아래에 있는보를 가로질러 천의 반대쪽으로 건너갔다. 날씨가 많이 누그러져서 걷기에 적당한 날씨였다. 많지는 않지만 운동을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오랜만의 걸음이라 기분이 새로웠다.방학에는 한껏 게으름을 부려보리라 다짐하고 일부러 몸을 움직이지 않던 터였다. 그렇게 반대로 살아보는 재미도 있다. 가장 애로사항은 몸이 둔해지고 소화가 잘 안 되는 현상이다. 아마 체중도 살금살금 오르고 있을 것이다. 전주천은 하류로 내려갈수록 폭이 넓어지면서 시원시원했다. 그리고 천변에는 마른 갈대와 억새가 많았다. 보도를 보니 전주천 도심 구간에서 수달 배설물이 대량으로 발견된다고 한다. 수..

사진속일상 2010.01.26

과천에서 수서까지 걷다

열다섯 번째 는 양재천과 탄천을 따라 과천에서 수서까지 걸었다. 시작 지점은 전철 선바위역이었고, 끝 지점은 수서역이었다. 기온은 영하로 떨어졌지만 하늘은 맑았고 햇살은 환했다. 어렵게 아내가 동행했다. 여러 번 양재천을 걸었지만 과천에서 시작한 것은 처음이었다. 햇빛이나 바람이 반대쪽에 있어서 걷기에 더 좋았다.양재천 과천 구간은 한가해서 좋은 길이다. 소박한 시골 맛도 느껴진다. 그러나 서울로 들면서 산책 나온 사람들도 많고 복잡해진다. 그래도 걷는동안 자동차 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양재천 길이 좋다. 오랜만에 걸어선지 나중에는 허벅지가 당기고 발바닥도 아팠다. 아내는 더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날씨가 차가워 앉아 휴식하기도 마땅치 않았다. 그늘이 진 곳에서는 쉼없이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 ..

사진속일상 2009.12.27

여의도를 한 바퀴 돌다

열네 번째 는 여의도를 한 바퀴 돌았다. 한강 양화지구 둔치로 나가 여의도 국회의사당 쪽으로 들어가서 시계 방향으로 섬을 일주했다. 거리 약 10 km에 3 시간이 걸렸다. 이 정도 걷기에 이젠 허리에 별 무리가 없다. 운동 부족이다보니 몸은 무거웠지만 마음만은 날듯이 가벼웠다. 다른 걱정 없이 온전히 걸을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무척 기뻤다. 이제 허리 완쾌를 선언할 때가 되었다. 일년 내내 여의도 둔치는 공사하느라 어수선했다. 그래서 거의 여의도에는 나가지 않았는데 다행히 지난 달에 공사가 마무리되고 시민에 개방되었다.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했는데 사실 속마음으로는 실망스럽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온통 시멘트로 발라놓지 않았을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녹색 면적은전과 크게 ..

사진속일상 2009.11.21

새 출퇴근길이 생기다

전철 9호선이 개통되면서 새 출퇴근길이 생겼다. 집과 동작역 사이의 산길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택가 골목길을 따라 사당역까지 걸어가던 길보다는 숲길을 지나가므로 훨씬 좋아졌다. 다만 정장 차림으로 걷기에는 마치 양복에 갓을 쓴 것처럼 어색하다. 아침 산책을 나온 등산객들 사이에서 구두를 신고 가방을 들고 걸어가는 내 모습은 별스럽게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둘째치고 걷고 나면 구두나 바지가 흙으로 지저분해지는 게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아침 출근길에 이런 산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 받은 일이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아닌가. 전철을 이용하면 5 분이면 갈 수 있는 길을 이렇게 30 분이나 걸리면서도 일부러 걸어서 간다. 집에서 동작역으로 가든 사당역으로 가든 마찬..

사진속일상 2009.09.18

당산에서 도덕산까지 걷다

열세 번째 는 안양천을 따라 당산에서 광명 도덕산까지 걸었다. 마침 해는 구름 뒤에 숨었고, 바람도 선선했다. 걷기에 참 좋은 날씨였다. 목동쪽 천변은 벌써 코스모스가 피기 시작했다. 가을이 이미 우리 곁에 왔음을 실감한다. 밤에 잘 때는창문을 닫아야 할 정도다. 그리고 이젠 저녁 7시만 되어도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계절 변화가 숨가쁘다. 안양천을 따라 가다가 철산대교 못미쳐서 광명으로 들어섰다. 시내 중심부의 상가지구를 지나 도덕산에 올랐다. 그러나 산만큼이나 높아 보이는 아파트들이 산을 가린 게 못마땅했다. 도덕산은 3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는 낮은 산이지만 예로부터 안양천을 따라 한강으로 진출하려는 세력들의 각축장이었다고 한다. 백제 시대 보루 흔적도 남아 있다. 작은 산이지만 나무는 많이 우거져서..

사진속일상 2009.08.29

우이령을 넘다

우이령이 41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서울 우이동과 양주시 교현리를 연결하는 우이령은 1968년 1월에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무장공비가 침투한 길로 이용되면서 폐쇄되었다. 북한산과 도봉산 사이에 있는 이 길은 예전에는 경기도 사람들이 서울로 오갈 때 이용한 주요 통로였다. 우이령(牛耳嶺)이라는 이름은 길 모양이 쇠귀를 닮아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개방 기념으로 오는 26일까지만 자유롭게 통행을 허용하고, 그 뒤부터는 예약을 통해 제한된 숫자만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어제는 아내와 함께 우이령에 다녀왔다. 우이동 입구에서 교현리까지 간 뒤 다시 우이동으로 돌아왔다. 우이령길을 왕복한 셈이다. 걸은 거리는 약 13 km, 3시간 30분이 걸렸다. 우이령에 들기 위해서는 버스에서 내려 소란한 음식점..

사진속일상 2009.07.21

두타연에 다녀오다

경춘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양구 가는 길이 빨라졌다. 서울에서 양구까지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전에 양구라면 강원도에서도 오지에 속했다. 벌써 20년 전의 일이지만 당시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양구까지 가는데 거의 하루 종일 걸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지금은 양구로 접근하는 도로도 좋아졌고, 양구 역시 예전의 지저분한 도시가 아니었다. 마치 읍 전체가 리모델링 한 것처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히말라야 팀 여덟 명이두타연에 다녀왔다.강원도 양구군에 있는 두타연(頭陀淵)은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에 있지만 현재 일반에 개방되고 있다. 다만 사전에 신청을 하고 인솔자를 따라 출입할 수 있다. 두타연은 예전에 이곳에 있었던 두타사(頭陀寺)라는 절에서 연유된 이름이라고 한다. 양구명품관에 모인 차량 10여 ..

사진속일상 2009.07.20

당산에서 잠실까지 걷다

열두 번째 는 한강을 따라 당산에서 잠실까지 걸었다. 전철 당산역에서 한강으로 나가 여의도와 반포를 지나 잠실 종합운동장까지였다.거리는 약 21 km, 다섯 시간 정도가 걸렸다.여름 장마철이라 후덥지근했고,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따가웠다. 걷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여의도 둔치는 '한강 르네상스'인지 뭔지 하는 토목공사로 발가벗겨져 있다. 공사가 끝난 반포지구를 보니 별 것도 없던데 시늉만 요란하다. 파헤치기 전의 한강 여의도 지구는 무척 아름다웠다. 나라 전체가 온통 공사판이고 돈놀음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괜히 속에서 부아가 치민다. 이번에는 작심하고 여의도를 지나기로 했는데 통과하는 내내 언짢기만 했다. 길은 공사장 가운데로 외줄기로 이어졌다. 고작 손을 댄다는 것이 이렇게 돌덩이를 갖다 ..

사진속일상 2009.07.05

석모도 해명산길을 걷다

외포리에 도착할 때까지 비가 오락가락했다. 일기예보로는 아침에 비가 그친다 했다. 차안에서 김밥으로 아침을 대신하며 일찍 출발한 길이었다. 토요일이라 늦으면 사람들로 복잡할 것 같아서였다. 석모도 산능선길은 예전부터 걷고 싶었던 길이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걸어보게 되었다. 아내와 동행했다. 차는 외포리에주차시켜놓고 배로 건너가서 다시 버스를 타고 전득이고개에서 내렸다. 해명산 등산로 입구다. 벌써 관광버스 두 대가 와서 등산객을 내려놓고 있었다. 비는 그쳤으나 산안개가 자욱했다. 해명산, 석가산, 상봉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석모도의 척추를 이룬다. 모두 3백 m급의 야트막한 산이다. 해명산에만 올라서면 포근하고 아름다운 산길이 10 km 가까이 계속된다. 길은 적당하게 오르내리면서 북쪽으로 향하는데 산길..

사진속일상 2009.05.24

남한산성을 한 바퀴 돌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다. 햇살은 따갑고 바람은 서늘하다. 남한산성 성곽을 한 바퀴 돌다.평상복에 운동화 차림이다. 두 시간 반이 걸리다. 남한산성을마지막으로 한 바퀴 돈 때로부터 거의 십 년이 되는 것 같다. 나로서는 서울 근교에서 가장 많은 추억이 묻어 있는 곳이 남한산성이다. 길 하나하나마다 옛 생각이 새롭다. 사람은 깨지면서 크는 것 같다. 성장은 반드시 고통을 수반한다. 사춘기의 성장통으로부터 시작하여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깨지고 부서지고 아픈 것은 인생의 양약이다. 그 맛은 쓰지만 결국은 우리를 진일보시키는 힘이 된다. 그 사실만 깨달아도 인생의 짐은 훨씬 가벼워지리라. 너무 생각이 많아도 탈이다. 좀더 가벼워질 것! 농담처럼 놀이처럼 그렇게 살 것!

사진속일상 2009.05.19

안양천을 따라 석수동까지 걷다

열한 번째 는 한강 어귀에서 안양천을 따라 올라가며 안양시 석수동까지 걸었다. 맑고 따스한 봄날 오후, 걷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연초록의 새 잎들이 고왔고, 길가에는화려한 철쭉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래 가물어서인지 안양천 물은 전보다도 더 오염이 심했다. 일부 구간에서는냄새가 심하게 났다. 그래도 천에서는 굵은 잉어가 물살을 가르고, 때 이른 백로가 벌써 찾아왔다. * 걸은 시간 ; 12:30 - 17:00 * 걸은 거리 ; 약 22 km * 걸은 경로 ; 서울 양평동 - 안양천 - 안양시 석수동 관악역 안양시내에서는 우연히 오래된 다리를 하나 만났다.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만안교(萬安橋)였다. 이 다리는 정조(正祖)가 부친인 사도세자의 능을 참배하러 가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정조19년(17..

사진속일상 2009.04.20

봄을 만져 보세요

"자, 이리 와서 봄을 만져 보세요." 선유도공원에 맹인들이 봉사자의 손을 잡고 봄나들이를 나왔다. 봉사자들이 살구나무 앞에서 꽃의 감촉과 향기를 느끼도록 도와주고 계신다. 맹인들은 꽃잎을 만져보고 미소를 띠며 즐거워한다. 햇살 따스한 봄날 오후였다. 그런데 서울 지방의 오늘 낮 기온이 22.2 도로 3 월의 기온으로는 89 년만의 기록이란다. 한강 둔치에서 산보하는 사람들도 반팔 차림이 심심찮게 눈에 띤다. 나도 겉옷을 모두 벗어야 했다. 이젠 너무 자주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는 고온현상이 두렵다. 한강변을 걸으며 여러 꽃들을 만났다. 매화, 홍매, 살구꽃, 개나리, 진달래, 제비꽃, 개불알풀, 냉이, 산수유, 생강나무꽃 등 어느 순간에 봄은 우리 곁에 왔다. 원래 봄이 오는 속도는 느린 걸음 정도인 시..

사진속일상 2009.03.21

당산에서 사당까지 걷다

아홉 번째 는 당산에서 사당까지 한강을 따라 걸었다. 전철 당산역 4 번 출구로 나오면 한강과 연결되는 통로가 있어 바로 한강 둔치로 나갈 수 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여의도 방향으로 향했다. 여의도 둔치는'한강 르네상스'인지 뭔지 때문에 온통 공사판으로 변했다. 그래서 서강대교로 올라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서강대교 위에서 바라본 두 풍경이다. 하나는 하류쪽의 밤섬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토요일 오후의 정체로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는 강변북로의 모습이다. 도시의 도로에서는 질서의 아름다움을 본다. 그러나 질서 세계의 이면에는 도시의 삭막함이 숨어 있다.사람과 사람 사이에 찬 금속의 감촉 같은 느낌에 가슴 서늘할 때가 있다. 인간적 따스함 또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어느 때보다도 더욱 그리운 계절이다...

사진속일상 2009.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