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382

장화리 석양

강화도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최근의 변화로 마음이 상심한 아내도 같이 따라나섰다. 강화도는 서울에서 가까운 관계로 젊었을 때부터 자주 다녔던 곳이기 때문에 여기저기에 옛 추억들이 묻어있다. 이번에는 성공회 강화성당, 고려궁지, 전등사, 정수사를 거치며 장화리에서 석양을 보았다. 석양을 보는데도 명소가 있어서 늘 거기 가면 사람들이 몰려있다. 특히 사진발이 잘 받는다고 공인받는 장소가 강화도에서는 이곳 장화리이다. 이날도 앞에 있는 섬과 어우러진 멋진 장면을 기대한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허나 해는 구름 사이로 일찍 사라져서 모두들 아쉬워했을 것이다. '조단(照丹)'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오랜만에 아내와 칼질을 했다. 안 그래도 차 안에서 예전에는 경양식집이 많아 분위기 있는 식사를 할 때 가곤 했었다는..

사진속일상 2007.01.23

잠실철교에 보행로가 생기다

잠실철교에 전용 보행로가 생겼다. 그동안에는 전철이 다니는 양쪽으로 자동차만 다닐 수 있는 좁은 1차선 길이 있었으나서쪽길을 폐쇄하고 사람과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로 바꾼 것이다. 지금까지 서울에 건설된 도로나 다리는 대부분 자동차 우선으로 설계되어 있다. 사람이나 자전거가 다니기에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않아 포기하고 만다. 다행히도 근래에는 도로를 보행자나 자전거 통행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변경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그런 인식 전환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의 접근이 금지되었던 잠실철교에도 드디어 숨통이 트이게 된 것이다. 기쁜 마음에 걸어서 다리를 건넜다. 자동차가 다니는 다리와 달리 소음이 없어 좋다. 가끔씩 지나가는 전철의 ..

사진속일상 2006.12.10

관악산에 오르다

아내와 관악산에 올랐다. 서울대 정문에서 시작해 4 야영장을 거쳐 연주암을 지나 사당동으로 내려오는 산길을 걸었다. 아내와 함께 이렇게 정상까지 올라가는 온전한 등산을 한 것은 오랜만이었다. 전에 관악산은 서울 근교 산 중에서 가장 자주 찾던 산이었다. 아마 관악산에 난 등산로의 대부분은 걸어보았을 것이다. 토요일에는 퇴근길에 관악산을 넘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런 관악산을 오르게 된 것이 거의 6년 만이다. 등산로 초입은전의 모습과 달라져낯이 설었다. 갈림길에서는 방향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니 익숙한 길이 나타나고 예전 그대로의 포근함이 느껴졌다. 전에 비해 나무들이 크고 많아진 것 같고,주말 오후여서인지 등산객들이 줄을 이어 지나갔다. 늦가을의 날씨는 마침 아주 좋았다. 땀이 적..

사진속일상 2006.11.19

당신의 슬픈 모습

당신의 슬프고 지친 모습에 내 마음이 아픕니다. 당신이 무엇 때문에 슬퍼하는지 알지만 위로해 줄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해 더욱 안타깝습니다. 어제는 신문 간지로 들어온 광고지들이 거실에 놓여있는 걸 보았습니다. 당신은 다급한 마음에 이곳저곳 알아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 혼자 짐을 떠안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나 안스럽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나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생긴 탓에 더욱 그렇습니다. 당신처럼 나 또한 세상이 밉고 세상 사람들에 화가 납니다. 그러나 세상은 우리가 아무리 속 상해 해도 털끝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들 마음의 평화가 아니겠습니까? 변하지 않는 세상에 대고 화풀이를 한들 부메랑이 되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언젠가 얘기했듯 똥파리들의 무리에 휩쓸릴 생..

길위의단상 2006.11.09

산책길의 동방신기

어제 저녁에는 아내와 같이 산책을 나갔다. 한강변의 늘 걷던 길을 벗어나 광진교를 건너 잠실 쪽으로 갔다. 가을 강바람은 시원했고, 서울의 야경 또한 볼만했다. 강북 쪽 강변에는 그런 여유 공간이 없지만, 강남 쪽 둔치는 자리가 넓어 여기 저기 자리를 잡고 앉아 가을밤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젊은이들은 무엇을 축하하는지 작은 불꽃을 밤하늘로 쏘아 올렸다. 우리도 강가에 앉아 조금은 소란한 그런 풍경을 재미있게 구경했다. 잠실교를 건너 돌아오려다가 좀더 걸어 내려갔다. 두 시간 정도 시간이 걸렸으니 아마 10km 정도는 걸었지 않았나 싶다. 아내가 발이 아프다고 해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종합운동장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운동장 안에서 무슨 콘서트가 열리고 있는지 안에는 여학생들의 환호성과 빛과 ..

사진속일상 2006.10.01

스물다섯 송이 장미

사람이 평균 수명을 산다고 할 때 부부가 같이 살 수 있는 기간은 대략 50년이 된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결혼 50주년이 되는 때를 금혼식으로 축하하고, 그 반이 되는 25년은 은혼식으로 해서 축하한다. 비록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긴 하지만 두 사람에게 있어 50과 25는 상당히 의미 있는 숫자임에 분명하다. 아내에게 줄 목걸이 선물을 인터넷으로 고르다가 옆에 있는 동료에게 들통이 나 버렸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멋진 남자로 오해를 받았다. 그런데 난생 처음 해 보는 것이라 선택하기도 어려운데다 배달 기간이 맞지 않아 결국 헤매기만 하다가 포기했다. 선물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지라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아내에게 같이 나가서 골라 보자고 했더니 목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목걸이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

사진속일상 2006.09.08

미워도 다시 한 번

나이가 들수록 부부싸움을 하는 빈도가 줄어들고 강도 또한 약해진다. 세월의 강물이 모난 부분을 깎아내어 부드럽게 만들기 때문이다.또 나이가 들수록 생활이나 생각이 단순해지는 탓이기도 하다. 젊었을 때는 여러 면에서 성격이나 생각 차이로 다투게 된다. 어쩌면 그런 것이 당연하기도 하다. 우리 같은 경우는 부모님 관계로 제일 많이 티격태격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크면서는 자식 때문에 자주 다투게 되었다. 두 입장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는 매우 힘들고 대개 어느 한 쪽이 포기하는 입장이 되어야 사태가 해결된다. 교육 문제에서는 나는 내 방식대로 할 수가 없었다. 요사이는 서로간의 가치관 차이 때문에 가끔 고성이 나올 때가 있다. 자신의 입장을 고집하지만 결국은 서로의 생각을 인정해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화해..

길위의단상 2006.08.02

비 오는 날의 막걸리

비 오는 날은 괜히 기분이 우울해진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괜히 신경이 예민해지고 아무렇지도 않은 일에 서로가 얼굴을 붉히는 일도 생긴다. 오늘도 몇 가지 충돌이 있었다. 오늘은 종일 비가 내리고 바람도 거세다. 마음은 어디론가 붕 떠서 날아간다. 이런 날은 마음이 맞는 사람과 만나 커피도 좋고 막걸리도 좋고 비 내리는 창가에 앉아 말 없이앉아있고 싶다. 아무 말이 없어도 아무 부담감이 없는 그런 사람의 얼굴을 마주보고 싶다. 아내와 마주 앉았다. 밖에는 빗소리가 들리고, 옛 팝송을 틀어놓고, 막걸리에 호박 부침개를 앞에 놓았으니 모든 게 갖추어졌다. 어디선가 조사한 것을 보니까 남자들이 배우자로서 제일 원하는 것이 친구 같은 아내라고 한다. 공감한다. 젊었을 때는 애인 같은 아내를..

사진속일상 2006.05.22

어린이대공원의 봄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약혼기념일 ♥.....' 퇴근하며 공원에 들러봄꽃을 보고 가기로 했는데, 발이 아파 집에 있겠다던 아내가 약혼기념일이라는 마력에 넘어갔는지 억지로라도 나오겠다고 했다. 머리가 허옇게 된 지금에도 약혼기념일을 기억해 내는 내 마눌님은 참 대단하다. 25 년 전 전주의 오늘은 맑고 화창한 봄날씨였다.식을 마치고 양가의 가족은 완산봉과 덕진공원으로 봄나들이를 나갔다.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사람들은 벚꽃과 개나리에 둘러싸여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젊은 우리가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꽃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때였다. 25 년 뒤 우리는 어린이대공원을 다시 나란히 걸었다. 봄꽃축제가 열리고 있어선지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여기 어린이대공원은..

사진속일상 2006.04.13

봄 감기

봄 감기가 가족 전체에게 찾아왔다. 제일 먼저 아내에게 나타난 증상이 아이들을 거쳐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아내는올봄에 특히 더 힘들어한다. 감기뿐만 아니라 몸 이곳저곳이 아파 몇 주째 바깥 나들이를 못하고 집안에서 지내고 있다. 우리 가족에겐 잔인한 봄이 되고 있다. 젊은 아이들은빨리 회복이 되는데 어른들은 아무래도 시간이 걸린다. 아내는 약과 병원을 무척 좋아한다. 좋아한다기 보다는 믿는 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반면에 나는 되도록이면 병원이나 약 사용을 삼가한다. 한번 아플 때마다약을 먹어라, 병원에 갔다와라는 아내의 잔소리와, 안 먹는다, 안 간다라는 내 고집이 부딪쳐 마찰음이 난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감기의 경우에는 약의 효능을 나는 별로 믿지 않는다. 대신에 최상의 방법은 푹 쉬는 것이라고 ..

사진속일상 2006.04.04

제주도 여행(2)

6. 자구내포구 이번에 묵은 곳 중에서 제일 정겨웠던 장소가 자구내포구였다. 자구내포구는 제주도 고산에 있는 작은 어촌인데 뒤에는 당산봉이 감싸고 있고, 앞에는 차귀도가 떠있어 아늑하고 조용한 포구이다. 바닷가의 번잡함이나 어수선함이 없는 마치 산 속에 들어온 듯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 또 해안을 따라 산책로도 잘 나 있고, 인근에는 수월봉이 있어 바다 쪽 전망도 무척 좋다. 이른 아침 당산봉에 올랐다. 앞에 보이는 작은 마을이 자구내포구이고, 바다에 떠있는 섬이 차귀도이다. 현재 저 섬은 무인도라고 한다. 섬 뒤로 지는 석양이 무척 아름다울 것 같다. 저녁에 해안길을 산책하다가 바닷가에서 쉬고 있는 갈매기들을 만났다. 사람이 가까이 가도 달아나지 않고 여유롭게 앉아 있다. 그 모습이 고마울 정도로 평..

사진속일상 2006.02.15

제주도 여행(1)

올해는 결혼한 지 25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그 기념으로 아내와 함께 5박6일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돌아보면 25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에는 참으로 많은 것이 담겨있다. 간단한 말로 나타내기 어려운 복합적인 의미가 25 속에는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새파랗게 젊었던 두 남녀가 만나서 사랑하고 싸우며 함께 지낸 세월이 25년이었다. 함께 기뻐하고 꿈에 부풀었던 날들도 많았고, 함께 슬퍼하고 안타까워했던 날들 또한 무수히 많았다. 그런 세월들이 쌓여서 오늘에 이르렀다.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다. 어찌 보면 결혼 생활 25년은 자식의 성장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이미 훌쩍 자라난 아이들을 바라보며 세월이 주는 무게를 느끼게 된다. 그런 면에서 지금은 우리 부부 인생의 한 분..

사진속일상 2006.02.15

두루미를 만나다

두루미를 만나러 아내와 함께 철원에 찾아갔다. 마침 두루미 축제 기간이어서 사파리 버스를 타고 민통선 안쪽에 들어가 두루미를 볼 수 있었다. 어제 밤은 두루미를 만날 생각에 소풍을 앞둔 어린 아이 마냥 마음이 설레었다. 전에는 새해의 연례 행사가 두루미를 보는 것이었는데, 최근에는 어디에 마음을 앗겼는지 몇 년간 잊고 지냈었다. 이래저래 감회가 새로웠다. 오전 11시에 출발하는 버스는 아쉽게도 자리가 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행사장에는 간이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공연장도 크게 마련되어 있지만, 정작 주인공인 두루미를 보는 데는 인색한 것 같다. 논에는 무리를 지어 쉬고 있는 쇠기러기들이 자주 보였다. 먼저 토교저수지에 들렀는데 독수리들이 엄청 많이 모여 있었다. 저수지 둑에 독수리들이 앉아서 쉬고 있다. 거..

사진속일상 2006.01.03

눈 내린 한강과 청계천을 걷다

밤 사이에 첫눈이 내렸다. 올해 서울 지방의 첫눈은 기록상으로는 11월 28일이지만 그때는 가는 눈발이 잠깐 비치며 땅에 쌓이지도 않고 지나가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아이들이 눈장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내렸다. 그러나 기온도 많이 떨어지고 바람도 세차게 불어서밖에는 종종걸음을 치는 사람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강길을 걷기 위해 아내와 같이 다시 밖으로 나섰다. 지난 번에는 아내가 발이 부르터 고생을 한 탓에 이번에는 신발을 런닝화로 바꿔 신고, 또 추운 날씨에 대비해서 중무장을 하고 출발했다. 11:30에 집을 나서 올림픽대교에서 시작해 한강 북쪽 길을 따라 걸었다. 휴일인데도 날씨 탓인지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잠실철교, 잠실대교, 청담대교, 영동대교, 성수대교를 거치며 중랑천과 합류하는..

사진속일상 2005.12.04

한강길 30km를 걷다

어제는 오랜 시간 한강 둔치길을 걸었다. 배낭에 가벼운 간식거리를 챙긴 후 아내와 같이 10시 30분에 집을 나섰다.집이 한강에서 가까운 관계로 10여분이면 한강에 닿을 수가 있다. 걸어서 잠실대교를 건너 남쪽 잠실지구 둔치로 갔다. 사람들은 대개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너려고 하지 않지만 시끄러운 자동차 소음을 견딜 마음만 있다면 다리를 건너보는 맛도 색다르다. 여기서 한강 둔치의 남쪽 길을 따라 선유도까지 걸을 예정이었다. 거리로는 약 25km, 7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어제는 맑고 바람도 잠잠한 좋은 날씨였다. 그러나 한강공원에는 늦가을의 조금은 쌀쌀한 날씨 탓인지 놀러나온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행렬이 가끔씩 바람을 가르며 지나갔다. 두 시간 정..

사진속일상 2005.11.21

김장을 하다

김장을 했습니다. 터에 심은 배추가 백 포기가 넘어서 지지난 주에 반 정도를 하고 이번에 남아있던 배추를 마저 뽑아 김장을 끝냈습니다. 올해는 온전히 직접 가꾼 배추, 무, 파로 김장을 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 접이나 되는 배추로 김장을 담근 것도 아마 처음일 것입니다. 미리 했던 것은 이웃에 많이 나누어 주었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것이 김치냉장고로 하나 가득 찼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올해 산 김치냉장고 덕을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날씨 때문에 아직 김장을 못했을 것입니다. 또 어느 해는 땅에 묻었다가 늦게 꺼내는 바람에 너무 시어져서 제 맛을 즐기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김치냉장고는 그럴 걱정이 없어서 좋습니다. 문명의 이기의 편리함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고향에 내려가 ..

참살이의꿈 2005.11.15

절두산 성지

절두산 성지에서 미사를 드리다. 이곳은 예전에 양화나루였던 곳으로 서울에서 양천을 지나 강화로 가는 조선시대 주요 간선도로상에 위치하였던 교통의 요충지였다. 영조 이후에는 송파나루, 한강나루와 함께 서울의 삼대 나루로 상업적 기능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절두산은 양화나루 옆에 솟아있는 높이 약 20m 되는 암벽이다. 원이름은 누에가 머리를 들고 있는 모양 같다고 해서 잠두봉(蠶頭峯)이었는데 풍류객들이 산수를 즐기고 나룻손들이 그늘을 찾던 한가롭고 평화로운 곳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140년 전에 수 많은 천주교인들이 참수형을 당해서 그 이름이 절두산(切頭山)으로 바뀌었다는 비극의 현장이다. 1866년 프랑스 함대가 이곳 양화나루까지 침입해 오자 대원군은 ‘..

사진속일상 2005.09.04

남도여행

아이들이 자라는데 따라 여행 패턴도 변하는 것 같다. 어릴 때는 아이들 중심으로 여행지가 결정되고 주로 가족이 함께 하는 여행이 되지만, 그러나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대개 끝이 나버린다. 이젠 부모를 따라다니지 않으려고 하거니와 부모 쪽에서도 그럴 마음의 여유도 없다. 학원에 가야하고 공부를 해야 된다는데 그걸 이길 부모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막내까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이제 부부만의 오붓한 여행이 시작된다. 이때쯤 되면 인생의 한 고비가 지나갔음을 저절로 느끼게 되는 나이가 되는 것이다. 바쁜 세상살이에서 아내와 떠나는 여행이라야 1년에 한두 번이 고작이다. 그러나 바쁜 세상살이란 어쩌면 핑계일지 모른다. 여행을 준비하고 떠나는 순간이 되어서야 왜 이런 행복한 시간을 자꾸만 뒤로 ..

사진속일상 2005.02.27

아차산에 오르다

설을 고향에서 보내고 온 뒤로 하루를 푹 쉬었건만 몸은 천근같이 무겁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여간 힘든 노릇이 아니다. 예전과 달리 이젠 고향에 내려가도 부모님이나 친척 분들 대개가 연로하시고 병마에 시달리시기 때문에 마음마저 편치 않다. 자격지심인지 몰라도 명절이라고 내려가건만 자식 도리 못하는 걸 확인하는 절차 같아서 회한만 더해서 돌아오곤 한다. 오늘은 더 피곤해하는 아내를 억지로 앞세우고 아차산에 오르다. 아차산은 서울의 동쪽 끝에 있는 산으로 집에서 20분이면 걸어 도착할 수 있다. 해발 300m 정도로 높지 않은 산이기 때문에 가볍게 등산하기에 좋다. 처음에는 어떻게 올라갈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조금 걸으니 몸이 풀리고 발에 힘이 생긴다. 날씨가 풀린 토요일 오후라 등산로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진속일상 2005.02.12

어린이대공원 산책

주일 미사를 드리고 아내와 어린이대공원을 산책하다. 결혼 초 공원 가까이에 살 때,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놀러온 곳이다. 하나는 유모차에 태우고, 하나는 손을 잡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곳인데, 그때로부터 세월은 훌쩍 20년이 지났다. 아이들은 다 커서 각자 제 갈 길로 가고, 두 부부만이 옛날을 회상하며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이제 무대에는 다른 사람들이 나와서 그만 또래의 아이들을 데리고 똑 같은 모습으로 웃고 있다. 긴 시간이 지난만큼 많은 것이 변했다. 아이들로부터 해방된 자유가 좋지만, 허전함 또한 없지 않다. 그것은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아쉬움이다. 그러나 예전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을 골라 다녔지만, 이젠 둘이의 취향을 찾아 즐길 수 있는 것이 고마운 일이다. 사람들의 ..

사진속일상 2004.12.19

동생네 집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동해 바다로 갔다. 3시간여를 달려간 곳은 낙산 해수욕장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더니 아침이 되니 고요해 졌다. 가지 가지 사연을 안고선 사람들 너머로 해가 떠올랐다. 어제 밤에는 해안가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 돌아보니 아내와의 여행도 근 5년 만이다. 자주 여행을 다닌 편이었는데 터에 미친 뒤로는 발길이 뚝 끊어졌다.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것은 잃게 되는 터였다.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것이 어느 때가 되면 하찮은 것으로 전락해 버린다. 그리고 반대로 하찮게 여겼던 것의 가치가 새롭게 살아나기도 한다. 내 주위를 스쳐가는 만상들은 상대적이며 끊임없이 변화해 간다. 그 중 어느 하나에 집착함이 얼마나 우스운 노릇인가! 나는 왜 바람처럼 구름처럼 자유롭고 가볍게 살기가 힘..

사진속일상 2004.02.28

아내의 내복을 입다

날씨가 추워져서 내복을 입으려니까 어디에 두었는지 찾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아내의 내복을 입기로 했다. 아랫도리 중에서 제일 헐렁한 것을 골라 입으니 그런대로 몸에 맞는다. 여자 옷을 입으면 고추가 떨어진다며 아내가놀린다. 그러나 이젠 별로 쓸데도 없지 않느냐며 같이 웃다. 다른 사람 몰래 바지를 치켜 올리고 보면 무척 재미있다. 분홍색 바탕에는 예쁜 무늬도 들어 있다. 불편한 점이라면 화장실에 가서 거시기할 때 뿐이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은 의아해 하겠지. 만약 안다면 不出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ㅋㅋㅋ......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하든 재미있다. 똑 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이런 사소한 변화를 즐긴들 누가 탓하랴.

사진속일상 2003.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