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403

수리산에 오르다

이열치열로 여름과 정면대결해 보는 것은 어떨까?폭염주의보가 내려진 한낮에 아내와 함께 수리산에 올랐다. 때가 때인지라 땀 많이 흘리고, 물 엄청 마셨다. - 산행 시간 ; 10:00 - 15:30 - 산행 경로 ; 수리산역 - 용진사 - 슬기봉(475m) - 칼바위 - 병풍바위 - 태을봉(489m) - 산본고등학교 - 산본역 수리산(修理山)은 변산 아씨를 만나러 몇 번 온 적은 있었지만 정식 산행을 위해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500 m가 안 되는 봉우리들로 이루어진 산이라 가볍게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산은 컸고 힘들었다. 거의 30 분마다 한 번씩 휴식을 했다. 아마 더운 날씨 탓도 있었을 것이다. 수리산역에서부터 용진사를 거쳐 슬기봉 아래까지 가는 길은 완만한 경사에 산책하기 좋은 포근한 흙길이었다...

사진속일상 2008.08.07

도봉산에 오르다

젊었을 때는 도봉산을 자주 찾았는데 최근에는 뜸해졌다. 더구나 아내는 20 년 가까이나 된다. 뜨거운 여름에 큰 산(?)을 오르는 것이 부담이 되었지만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무리하지는 말고 너무 힘이 들면 어느 때고 포기하자고 했다. 그러나 오르는 길이 걱정했던 만큼 힘들지는 않았다.신선대 정상에 오른 뒤 내려오는 길이 도리어 어려웠다. 경사가 가파르고 바위길이라 오를 때보다 더 신경이 쓰였다. 천천히 걸었지만 여름은 여름이라 산행길 내내 땀이 비오듯 흘렀다.그러나 기분 좋은 땀흘림이었다. 몸의 나쁜 기운이 땀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상상하니 더욱 그랬다.땀이 흐르면 흐를수록 몸은 더 개운해졌다. 산길을 걸으면 아무리 피곤해도 지치지는 않는다. 산에서 받는 무언가의 기운이나 에너지가 분명 있는 것 ..

사진속일상 2008.08.05

태풍 뒤의 삼성산에 오르다

태풍 '갈매기'가 이틀간 200 mm 가까운 비를 뿌렸다. 태풍은 다행히 서해안에서 소멸되어 피해는 적었다. 비는 그쳤으나 잔뜩 흐리고 바람이 세게 부는 속에서 삼성산에 올랐다. 아내가 동행했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는 삼성산 성지였다. 이곳은 1839년 기해박해 때 새남터에서 순교한 앵베르, 모방, 샤스탕 신부의 유해가 모셔졌던 곳이다. 이분들은 교우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 관가에 나가 자수하여 신앙을 고백하고 군문효수형을 받았다. 유해는 20여 일간 새남터 모래사장에 버려져 있다가 뒤에 이곳에 안장되었다. 현재 세 신부의 유해는 명동성당 지하묘지에 옮겨져 있지만, 1984 년 세 분이 시성되자 이곳은 성지로 만들어졌다. 성지는 세 분의 무덤을 중심으로 간소하게 조성되어 있었다. 아래에는 큰 수련..

사진속일상 2008.07.22

대모산과 구룡산길을 걷다

집이든 직장이든 예전에 살던 곳을 다시 찾게 되는 일은 쉽지 않다. 옛 장소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던 그렇지 않던 세월의 무상함을 상기시켜 준다. 그래선지 옛 장소에 가면 쓸쓸함과 아쉬움 같은 것, 삶 뒤켠의 허전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누구나 젊었을 때의 꿈과 치기를 다시 기억해내는 데 대한 어색함 같은 것이 있다. 그것은 또 다른 나를 대면하기가 두려운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모산은 내 인생의 중심이었던 삼사십대 시기에 가장 가까이 했던 산이었다. 서울의 남쪽에 있는 대모산과 구룡산은 해발 300 m 정도의 아담한 산으로가볍게 산길을 걷기에 아주 적당하다. 두 산은 능선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쉼없이 걷는다면 두 시간 정도면 두 산을 종주할 수 있다. 불현듯 옛 생각이 나서 아내와 같이 전철을 타고..

사진속일상 2008.07.12

동작동에서 삼성동까지 걷다

사월 초파일 휴일, 오늘은 한강길을 걸었다. 아침에 아내와 함께 집에서 나와 뒷산으로 해서 국립현충원을 지나 한강에 나갔다. 거기서부터 둔치길을 따라 영동대교까지 간 다음에 다시 시내로 들어가 경기고와 봉은사, 삼릉공원을 차례로 들린 후 선릉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걸은 시간 : 9:00 - 15:30 걸은 거리 : 약 17 km 걸은 경로 : 동작동 - 국립현충원 - 한강(동작대교 - 반포대교 - 한남대교 - 동호대교 - 성수대교 - 영동대교) - - 경기고 - 봉은사 - 삼릉공원 - 선릉역 - 동작동 아무래도 난 걷기 열병에 걸린 것 같다. 3 일간의 연휴를 전부 걷기에 바쳤다. 첫째 날은 북한산, 둘째 날은 우면산, 그리고 오늘은 한강 둔치길을 걸었다. 첫째날은 동료와 함..

사진속일상 2008.05.12

봄의 남산길을 산책하다

봄의 절정이 지나고 있다. 봄이 찾아온지 엊그제 같은데 인생의 황혼처럼 봄은 서둘러 떠나가고 있다. 서울 지역의 벚꽃 축제도 이번 주말이 마지막이다. 봄은 어느 순간에 찾아왔다가 잠깐 한 눈 파는 사이에 이미 우리 곁을 떠나간다. 가슴에 뜨거운 연정만 불질러 놓고 약 올리며 봄은 떠나간다. 봄꽃에 걸신이 들린 듯 오늘은 남산으로 나갔다. 찬란한 꽃잔치에 취하면 쓰디쓴 세상사는 잠시 잊는다. 그것이 짧은 순간의 마취제에 불과한 걸 잘 알지만 봄의 마력 앞에서는 누구나 마술에 걸릴 수밖에 없다. 마술이 풀리면 더 외롭고 쓸쓸해질 지라도 누구나 그 마법에 걸리고 싶어한다. 봄은 위대한 마술사다. 남산길에 차량 통행이 금지된 후 북쪽 순환로 일부만 걸어보았지만 전 구간을 걸어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후암동 ..

사진속일상 2008.04.13

수암봉에 오르다

변산아씨를 만나러 아내와 같이 수리산을 찾아갔다. 그러나 변산아씨는 빗장을 꼭 잠그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면서 그 고운 자태를 숨기고만 있었다.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 수암봉에 올랐다. 제 3 산림욕장에서 시작하여 네거리 쉼터를 거쳐 수암봉에 오른 뒤 삼거리를 지나 담배촌으로 내려왔다. 약 두 시간여의 산행 중 수암봉에서 삼거리까지의 능선길이 제일 좋았다. 인적이 드문 산길을 걸을 때만큼 행복할 때도 없다. 살아있다는 존재감에 절로 감사하고 행복해지는 때다. 무엇을 가지고 못 가지고는 별로 의미가 없다. 내가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존재한다는 사실, 뭇 생명들과 함께 숨을 쉬고 보고 느끼며 걸어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 같고 그지없이 고마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조용하고 ..

사진속일상 2008.03.01

동작에서 선유도까지 걷다

동작에서 선유도까지 걷다[11:50 - 16:20, 약 15 km]. 오늘 한강길 걷기에는 아내가 동행했다. 동작 하류 방향은 아내로서는 첫길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다. 더우기 평소에 가보고 싶어하던 여의도공원과 선유도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 더욱 좋았다. 11:50, 집을 출발하다. 12:40, 한강 동작지구에 도착하다. 13:10, 한강철교를 지나다. 걷는다는 것은 심리적 중화효과가 있다. 걷기를 통해 사람의 감정은 중화되고 순화된다. 기쁜 일이 있어도 지나치게 기뻐해서만 할 일도 아니라는 것을, 마찬가지로 슬픈 일이 있어도 크게 슬퍼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걷다 보면 자연히 느껴지게 된다. 또한 세상 살다 보면 생기는 서운한 감정도 마찬가지다. 서운했던 사람과 같이 말없이 걸어 보라. 서운했던 감정은 ..

사진속일상 2008.02.09

집 장만 작전에 들어가다

아내와의 사이에서 제일 큰 갈등은 집 문제로 인한 의견 차이다. 아내는 우리 소유의 집이 없으면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한다. 반면에 나는 세상을 좀 거슬러 살아보자는 주장이다. 이왕 버린 몸, 떳떳하고 당당하게라도 살아가자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아내는 점점 집값은 뛰는데 이러다가는내 집을 가져 보지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한다. 아이들은 출가할 때가 되었는데 사돈댁에 집도 없는 처지로 보이는 것은 싫다는 말도 한다. 아내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그동안 내가 옳다고 믿고 살아온 신념 때문에 나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려웠다.서울 같은 도시에서 집을 소유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도덕하게 느낀 적도 있었다. 반면에 아내는 평범하고 상식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이런 두 사람의 가치관 차이로 인해수 년간 팽..

사진속일상 2008.01.30

경남 지역으로의 짧은 여행

아내와 함께 경남 지역으로 1박2일의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첫날은 진주에 들러 진주성을 보고, 의령에 있는 나무들을 만났다. 그리고 저녁 무렵에 우포늪에 들렀다가 부곡 온천에서 일박을 했다. 둘째날은 J 수녀님을 만나기 위해 부산에 갔다. 셋이서 함께 몇 군데 천주교 시설들을 돌아본 뒤에 범어사에 잠깐 들린 뒤에 귀경했다. 내려가는 길에 익산에 있는 나바위 성지에 들렀다. 이곳은 김대건 신부가 1845년에 중국에서 건너와 처음 전도를 시작한 곳인데, 오래된 화산천주교회가 있다. 경내는 정갈하고 단아했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서 좁은 경내지만 둘러보는데 종종걸음을 쳐야 했다. 경남 내륙지방은 나에게는 무척 먼 곳이다. 이때껏 발걸음을 하지 못한 곳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진주는 꼭 가보고 싶었다. 진주라는 ..

사진속일상 2008.01.19

서울대공원에서 가을에 빠지다

가을 휴가 사흘째, 오늘은 서울대공원에서 가을 정취에 푹 빠졌다. 서울대공원 길에 익숙한 아내가 안내인이 되어 대공원의 낙엽길과 산림욕장의 숲길을 한 바퀴 돌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비 속에서, 사르릉거리며 바닥을 굴러가는 낙엽들의 귀여운 모습들과 함께 한 고맙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낙엽은 나에게 살아 있는 고마움을 새롭게 해주고 주어진 시간들을 얼마나 알뜰하게 써야할지 깨우쳐 준다 낙엽은 나에게 죽음을 예비하며 살라고 넌지시 일러준다 이승의 큰 가지 끝에서 내가 한 장 낙엽으로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일까 헤아려보게 한다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내 사랑의 나무에서 날마다 조금씩 떨어져나가는 나의 시간들을 좀 더 의식하고 살아야겠다 - 낙엽 / 이해인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

사진속일상 2007.11.09

창덕궁의 가을

'창덕궁은 동아시아 궁궐 건축사에 있어 비정형적 조형미를 간직한 대표적인 궁으로 주변 자연환경과 완벽한 조화와 배치가 탁월한 점에서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이 글은 창덕궁을 설명하는 팸플릿의 맨처음에 나오는내용이다. 창덕궁에 들어갈 때마다 그런 점에서 무척 고맙게 생각된다. 틀에 박힌 정형적인 궁궐이 아니라 주변 자연환경과 잘 조화를 이룬, 인공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궁궐이라는 점에서창덕궁은 늘 신선한 느낌을 준다. 창덕궁의 가을을 보고 싶어하는 아내를 위해 자유관람일을 택해 함께 창덕궁 나들이를 했다. 아내는 창덕궁이 첫걸음이었고, 나는 그동안 안내인을 따라 했던 관람에서 보지 못했던 천연기념물 나무들을 만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아내는 음성 안내기를 빌려서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

사진속일상 2007.11.08

청량산의 단풍

가을을 따라 청량산으로 단풍 여행을 다녀왔다. 아내와 동행한 2박3일의 여정이었는데, 일정을 무리하게 잡은 탓이었는지 막바지에는 체력이 달려서 무척 힘이 들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마음은 나이가 들어도 달라지지 않건만, 몸은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청량산은 가을이 한창 무르익어 가을빛이 온 산을 물들였다. 가을 단풍하면 설악산만 찾아가곤 했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나라는 비경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청량산 역시 한 구비를 돌며 시야가 열릴 때마다 탄성이 연속으로 터져 나왔다. 이번 여행에서는 청량산 속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첫째 날[-온달산성-마구령-부석사-] 중부고속도로 일죽IC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달렸다. 서울을 빠져나오는데 1시간여의 정체가 있었다. 먼저 도착한 곳은 단양의..

사진속일상 2007.10.30

삼성산에 오르다

삼성산과 관악산을 멀리서 보면 두 형제가 나란히 서 있는 것 같다. 삼성산은 키가 작은 동생 산이다. 삼성산에는 가톨릭 성지가 있어 등산도 하고 성지도 들릴 겸 아내와 같이 집을 나섰다. 서울대 입구에서 무너미고개로 향하는 계곡길을 가다가 삼거리에서 깃대봉으로 올랐다. 높이가 500m도 안되는 산이라 오르는 데 힘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좋은 계절의 휴일이어선지 등산객들이 너무 많았다. 산에 들어서도 사람에 치이고, 사람 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조용히 쉴 장소를 찾기도 어려웠다. 제 3 야영장을 거쳐 성지로 내려갈 계획이었으나 길을 잘못 들어 활터라는 엉뚱한 곳으로 나왔다. 작은 산줄기 너머에서 성가 소리가 들리는 걸로 보아 방향이 약간 어긋났던 것 같다. 삼성산(三聖山)이라는 이름은 신라 시대 때 원효,..

사진속일상 2007.10.22

너무 일찍 찾아간 민둥산 억새

가을의 억새 무리를 보고 싶어 아내와 함께 민둥산으로 달려갔다. 6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하여 새말IC와 평창을 거쳐 민둥산 아래 산행 기점인 증산초등학교에 도착하기까지 4시간여가 걸렸다. 중간에 정선읍내에서 올갱이국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아직 억새꽃이 피지 않았을 거라는 옆 동료의 경고가 있었지만, 정선군에서 지난 28일부터 억새꽃 축제를 시작했으니 설마 준비 안 된 채 손님맞이를 하겠느냐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결국 오판이었다. 하얀 억새꽃밭은 아직 시기상조였다. 적어도 10월 중순은 지나야 제대로 된 억새꽃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민둥산은 1000m가 넘지만 산을 오르는데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산행기점이 고도가 높아서 1시간 30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정상부는 이..

사진속일상 2007.10.01

집이 뭐길래

집 없는 설움보다 큰 설움은 없다는 말이 있다. 특히 한국 사람이 땅이나 집에 집착하는 이유도 돈이 된다는 것과 함께 없을 때의서러움을 알기 때문이다. 아직도 전체 세대의 40%가 무주택가구라는데, 땅 투기와 아파트 투기로 인해 그들이 받는 상처는 집 있는 사람들은 종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도 셋방살이를 전전한지 어느덧 7년 째가 되어간다. 그동안에 서울의 집값은 서너 배씩 뛰어올라 가만히 앉아서 재산가치가 반의 반 토막으로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다. 이제 집 한 채 장만하기도 어려운 처지가 되어 버렸다. 아무래도 그런 상실감을 가장 심하게 느끼는 것은 아내다. 최근의 부부갈등의 원인도 거기서 출발하고 있다. 집이 있든 없든살림에 무관심한 남편이 밉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참살이의꿈 2007.08.24

석모도에서 바다 내음을 맡다

바다 내음을 맡고 싶어 아내와 같이 석모도에 갔다. 올 여름은 이런저런 이유로 둘이서 바깥 나들이를 전혀 하지 못했다. 휴가가 끝나니 불현듯 바다 내음이 그리워졌다. 강화도 서쪽에 위치한석모도는 외포리 선착장에서 카페리를 타고 들어간다. 이 섬은 아내는 첫걸음이고, 나는 거의 20여년 만이다. 그때 동료들과 함께몇 차례 이 섬을 찾았었다. 그때는 자가용이 없던 시절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신촌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강화읍까지간 후,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외포리까지 갔다. 그리고 배를 타고 석모도에 건너가서는 다시 버스를 타고 보문사까지 가서 놀았다. 보문사 앞 음식점에서 막걸리로 취하고 다시 몇 시간이 걸려 서울로 돌아왔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의 동료들 중 형님으로 모셨던 분은 여러 해 전에 세상을 떴고,..

사진속일상 2007.08.19

동작봉의 봄

따스한 봄햇살은 사람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집안에만 들어앉아 있으면 뭔가 죄를 짓는 것 같다. 시선은 자꾸 창 밖을 향하고 부산해진 마음은 운동화를 찾아내어 밖으로 나서게 만든다. 꽃잔치가 벌어지는 유명한 곳이 아니어도 괜찮다. 자신의 집 주변에서 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아내와 같이 뒷산을 올랐다. 국립묘지를 끼고 있는 이 산을 동작봉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작지만 여러 개의 봉우리가 연결된 능선을 따라 걷는 재미가 아기자기한 재미있는 산이다. 묘지의 출입을 막는 흉물스런 시멘트 담벽이 거슬리지만 세 곳에 묘지와 연결통로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벚꽃은 한창 때를 지났지만 그래도 아직은 볼 만하다. 장군묘역에서 삼면으로 바라보이는 산에는 하얀 벚꽃이 점점이 박혀 있다. 여기가 ..

사진속일상 2007.04.16

아차산길을 걷다

대기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사계절의 변화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이때가 가슴을 가장 설레이게 한다. 식물들이 새싹을 틔우고 만물이 다시 생동하기 시작하는 이때만큼 극적인 변화도 찾아보기 어렵다. 죽어버린 것 같은 나뭇가지에서 연초록 새 잎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는 것은 하나의 기적이다. 봄이 희망의 계절인 것은 그런 기적이삭막한 우리의 마음이나 삶에도일어날 수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년 보아온 것이지만 초봄에 자연이 연출하는 풍경은 늘 처음처럼 새롭고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내와 같이 아차산길을 걸었다. 힘든 일만 연속으로 일어나는 때에 우리를 지탱해주는 힘 중의 하나는 서로에 대한 연민이 아닐까 싶다. 부부가 오래 살다 보면 사랑의 관계..

사진속일상 2007.03.19

봄맞이 나들이

멀리 남쪽 지방으로 봄맞이 나들이를 다녀왔다. 전라남도 내륙을 지났는데 특히 순창, 담양, 화순은 처음 가보는 땅이었다. 확실히 남쪽은 봄이 더 가까이 느껴졌다. 이미 산수유, 매화가 환하게 피어나기 시작했는데, 산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이른 봄꽃들도 이미 들녘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을 것만 같았다.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길을 거쳐 죽녹원의 대나무숲을 산책했다. 나에게 있어 대나무는 늘 이국적인 풍경이다. 이번 나들이에는 아내와 장모님이 동행했다. 예전에는장모님을 모시고 산에도 올랐지만 이젠 연로하셔서 언덕길도 잘 걷기가 힘드신다. 힘들게 걸으시는 뒷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5.18 국립묘지에 들러서 야만의 시대를 뒤돌아본 후 소쇄원을 찾았다. 소쇄원(瀟灑園)은 양산보(梁山甫, 1503-1557)가 자연 ..

사진속일상 2007.03.01

2007 겨울 여행

심신이 지쳤을 때는 여행을 생각한다.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땅, 낯선 사람들에게 가고 싶어진다. 이번 겨울 여행은 아내와 같이 강원도 동해 지역을 중심으로 다녀왔다. 일시: 2007. 2. 2 - 2. 5 (3박4일) 경로: 서울 출발 - 평창 허브나라농원 - 월정사 - 대관령 - 오죽헌 - 경포호(1박) - 안보전시관 - 정동진 - 추암 - 헌화로, 새천년 도로 - 죽서루 - 삼척(1박) - 환선굴 - 화암약수 - 동강 연포분교 - 영월(1박) - 청령포- 의림지 - 베론 - 서울 도착 경비: 34만 원 첫째 날(2/2) 반짝 추위의 끝에 맑은 하늘이 열렸다. 당분간은 험한 날씨가 없다는 예보에 길을 떠났다. 겨울 여행은 기상 상태에 제일 마음이 쓰인다. 특히 강원도 지역은 더욱 그렇다. 아무리..

사진속일상 2007.02.06

장화리 석양

강화도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최근의 변화로 마음이 상심한 아내도 같이 따라나섰다. 강화도는 서울에서 가까운 관계로 젊었을 때부터 자주 다녔던 곳이기 때문에 여기저기에 옛 추억들이 묻어있다. 이번에는 성공회 강화성당, 고려궁지, 전등사, 정수사를 거치며 장화리에서 석양을 보았다. 석양을 보는데도 명소가 있어서 늘 거기 가면 사람들이 몰려있다. 특히 사진발이 잘 받는다고 공인받는 장소가 강화도에서는 이곳 장화리이다. 이날도 앞에 있는 섬과 어우러진 멋진 장면을 기대한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허나 해는 구름 사이로 일찍 사라져서 모두들 아쉬워했을 것이다. '조단(照丹)'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오랜만에 아내와 칼질을 했다. 안 그래도 차 안에서 예전에는 경양식집이 많아 분위기 있는 식사를 할 때 가곤 했었다는..

사진속일상 2007.01.23

잠실철교에 보행로가 생기다

잠실철교에 전용 보행로가 생겼다. 그동안에는 전철이 다니는 양쪽으로 자동차만 다닐 수 있는 좁은 1차선 길이 있었으나서쪽길을 폐쇄하고 사람과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로 바꾼 것이다. 지금까지 서울에 건설된 도로나 다리는 대부분 자동차 우선으로 설계되어 있다. 사람이나 자전거가 다니기에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않아 포기하고 만다. 다행히도 근래에는 도로를 보행자나 자전거 통행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변경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그런 인식 전환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의 접근이 금지되었던 잠실철교에도 드디어 숨통이 트이게 된 것이다. 기쁜 마음에 걸어서 다리를 건넜다. 자동차가 다니는 다리와 달리 소음이 없어 좋다. 가끔씩 지나가는 전철의 ..

사진속일상 2006.12.10

관악산에 오르다

아내와 관악산에 올랐다. 서울대 정문에서 시작해 4 야영장을 거쳐 연주암을 지나 사당동으로 내려오는 산길을 걸었다. 아내와 함께 이렇게 정상까지 올라가는 온전한 등산을 한 것은 오랜만이었다. 전에 관악산은 서울 근교 산 중에서 가장 자주 찾던 산이었다. 아마 관악산에 난 등산로의 대부분은 걸어보았을 것이다. 토요일에는 퇴근길에 관악산을 넘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런 관악산을 오르게 된 것이 거의 6년 만이다. 등산로 초입은전의 모습과 달라져낯이 설었다. 갈림길에서는 방향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니 익숙한 길이 나타나고 예전 그대로의 포근함이 느껴졌다. 전에 비해 나무들이 크고 많아진 것 같고,주말 오후여서인지 등산객들이 줄을 이어 지나갔다. 늦가을의 날씨는 마침 아주 좋았다. 땀이 적..

사진속일상 2006.11.19

당신의 슬픈 모습

당신의 슬프고 지친 모습에 내 마음이 아픕니다. 당신이 무엇 때문에 슬퍼하는지 알지만 위로해 줄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해 더욱 안타깝습니다. 어제는 신문 간지로 들어온 광고지들이 거실에 놓여있는 걸 보았습니다. 당신은 다급한 마음에 이곳저곳 알아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 혼자 짐을 떠안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나 안스럽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나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생긴 탓에 더욱 그렇습니다. 당신처럼 나 또한 세상이 밉고 세상 사람들에 화가 납니다. 그러나 세상은 우리가 아무리 속 상해 해도 털끝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들 마음의 평화가 아니겠습니까? 변하지 않는 세상에 대고 화풀이를 한들 부메랑이 되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언젠가 얘기했듯 똥파리들의 무리에 휩쓸릴 생..

길위의단상 2006.11.09

산책길의 동방신기

어제 저녁에는 아내와 같이 산책을 나갔다. 한강변의 늘 걷던 길을 벗어나 광진교를 건너 잠실 쪽으로 갔다. 가을 강바람은 시원했고, 서울의 야경 또한 볼만했다. 강북 쪽 강변에는 그런 여유 공간이 없지만, 강남 쪽 둔치는 자리가 넓어 여기 저기 자리를 잡고 앉아 가을밤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젊은이들은 무엇을 축하하는지 작은 불꽃을 밤하늘로 쏘아 올렸다. 우리도 강가에 앉아 조금은 소란한 그런 풍경을 재미있게 구경했다. 잠실교를 건너 돌아오려다가 좀더 걸어 내려갔다. 두 시간 정도 시간이 걸렸으니 아마 10km 정도는 걸었지 않았나 싶다. 아내가 발이 아프다고 해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종합운동장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운동장 안에서 무슨 콘서트가 열리고 있는지 안에는 여학생들의 환호성과 빛과 ..

사진속일상 2006.10.01

스물다섯 송이 장미

사람이 평균 수명을 산다고 할 때 부부가 같이 살 수 있는 기간은 대략 50년이 된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결혼 50주년이 되는 때를 금혼식으로 축하하고, 그 반이 되는 25년은 은혼식으로 해서 축하한다. 비록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긴 하지만 두 사람에게 있어 50과 25는 상당히 의미 있는 숫자임에 분명하다. 아내에게 줄 목걸이 선물을 인터넷으로 고르다가 옆에 있는 동료에게 들통이 나 버렸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멋진 남자로 오해를 받았다. 그런데 난생 처음 해 보는 것이라 선택하기도 어려운데다 배달 기간이 맞지 않아 결국 헤매기만 하다가 포기했다. 선물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지라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아내에게 같이 나가서 골라 보자고 했더니 목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목걸이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

사진속일상 2006.09.08

미워도 다시 한 번

나이가 들수록 부부싸움을 하는 빈도가 줄어들고 강도 또한 약해진다. 세월의 강물이 모난 부분을 깎아내어 부드럽게 만들기 때문이다.또 나이가 들수록 생활이나 생각이 단순해지는 탓이기도 하다. 젊었을 때는 여러 면에서 성격이나 생각 차이로 다투게 된다. 어쩌면 그런 것이 당연하기도 하다. 우리 같은 경우는 부모님 관계로 제일 많이 티격태격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크면서는 자식 때문에 자주 다투게 되었다. 두 입장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는 매우 힘들고 대개 어느 한 쪽이 포기하는 입장이 되어야 사태가 해결된다. 교육 문제에서는 나는 내 방식대로 할 수가 없었다. 요사이는 서로간의 가치관 차이 때문에 가끔 고성이 나올 때가 있다. 자신의 입장을 고집하지만 결국은 서로의 생각을 인정해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화해..

길위의단상 2006.08.02

비 오는 날의 막걸리

비 오는 날은 괜히 기분이 우울해진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괜히 신경이 예민해지고 아무렇지도 않은 일에 서로가 얼굴을 붉히는 일도 생긴다. 오늘도 몇 가지 충돌이 있었다. 오늘은 종일 비가 내리고 바람도 거세다. 마음은 어디론가 붕 떠서 날아간다. 이런 날은 마음이 맞는 사람과 만나 커피도 좋고 막걸리도 좋고 비 내리는 창가에 앉아 말 없이앉아있고 싶다. 아무 말이 없어도 아무 부담감이 없는 그런 사람의 얼굴을 마주보고 싶다. 아내와 마주 앉았다. 밖에는 빗소리가 들리고, 옛 팝송을 틀어놓고, 막걸리에 호박 부침개를 앞에 놓았으니 모든 게 갖추어졌다. 어디선가 조사한 것을 보니까 남자들이 배우자로서 제일 원하는 것이 친구 같은 아내라고 한다. 공감한다. 젊었을 때는 애인 같은 아내를..

사진속일상 2006.05.22

어린이대공원의 봄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약혼기념일 ♥.....' 퇴근하며 공원에 들러봄꽃을 보고 가기로 했는데, 발이 아파 집에 있겠다던 아내가 약혼기념일이라는 마력에 넘어갔는지 억지로라도 나오겠다고 했다. 머리가 허옇게 된 지금에도 약혼기념일을 기억해 내는 내 마눌님은 참 대단하다. 25 년 전 전주의 오늘은 맑고 화창한 봄날씨였다.식을 마치고 양가의 가족은 완산봉과 덕진공원으로 봄나들이를 나갔다.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사람들은 벚꽃과 개나리에 둘러싸여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젊은 우리가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꽃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때였다. 25 년 뒤 우리는 어린이대공원을 다시 나란히 걸었다. 봄꽃축제가 열리고 있어선지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여기 어린이대공원은..

사진속일상 2006.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