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81

아바타

재미있다. 집에서 놀다보니 심심해서 별로 기대하지 않고 본 영화인데 의외로 괜찮았다. 헐리우드의 내용 없는 블록버스터류와는 차원이 다르다. 문명과 자연의 대립 구도로 짜여졌지만 은근히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강하다. 영화를 보면서 과거에 백인이 아메리칸 인디언을 정복한 역사가 오버랩 되었다. 행성 판도라에 사는 나비족은 사고나 생활 방식이 인디언을 많이 닮았다. 행성 판도라의 묘사가 아주 흥미롭다. 처음 보는 식물과 동물의 모습이 외계 생명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행성에는 인간을 닮은 원시 부족들이 사는데 나비족도 그중 하나다. 행성에서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가 큰 나무들이다. 지구의 나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나비족의 근거지는 판도라에서 가장 큰 나무다. 나무들은 뿌리가 서로 연..

읽고본느낌 2010.01.07

블로그는 내 삶의 활력소

직장 동료들과 영화 '줄리 앤 줄리아'[Julie and Julia]를 보았다. 원래는 '위대한 침묵'을 보려고 갔으나 의외로 표가 매진되어 들어가지 못하고 대타로 본 것이다. 뒷걸음질 치다가 개구리를 잡는다고 그냥 시간 땜질용이었는데 내용이 무척 좋았다. 줄리와 줄리아 두 여성의 요리를 매개로 한 실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줄리아... 1950년대에 외교관 남편을 따라 파리 생활을 시작한 줄리아는 낯선 곳에서 프랑스 요리를 배우기로 결심한다. 명문 요리학교에 입학하여 낙천적인 성격과 피나는 노력으로 프랑스 요리의 달인이 된다. 처음에는 양파를 썰 줄도 몰랐으나 집에서 밤을 새우며 몇 푸대의 양파로 연습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나중에는 프랑스 요리에 관한 책을 출판하고 TV 요리 프로그램의 강사로도 활..

읽고본느낌 2009.12.20

여행자

'여행자'는 프랑스로 입양된 한국계 프랑스인 우니 르콩트(Ounie Lecomte)의 자전적 이야기로, 70년대 서울 근교에 있는 가톨릭계 보육원을 배경으로 한 9살 소녀의 이별과 아픔을 가슴 시리게 그리고 있는 영화다. 어제 저녁 '시네코드 선재'에서 친구들과 함께 보았다. 주인공 진희를 비롯한 아이들이 가여웠지만 결국은 나와 우리들에게도 공통된이야기다. 처음에는 진희가 안타까워서 울고, 나중에는 가련한 생명에 대한 연민으로 울게 된다. 인생은 이별과 상실, 고통의 연속이다. 상처와 아픔이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진희는어린 나이에 아빠로부터 버림 받고 보육원에 맡겨진다. 작은 영혼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운명이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진희는 아빠를 그리워하며 탈출을 시도하지만 정작 ..

읽고본느낌 2009.11.20

2012

사람들은 자신의 마지막은 의식하지 않으려 하지만 세상의 종말에는 관심이 많다. 나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종말은 그 크기만큼 비현실적이라 별로 마음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의 종말은 드라마틱할수록 인기를 얻는다. 그것이 수없이 재난 영화가 반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볼거리가 부족하더라도 종말의 원인과 진행을 그리는 과정이 충분히 과학적이고 논리적인영화를 기대하지만 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번 '2012'도 마찬가지였다. 제발 헐리우드식의 유치한 영웅담이 나오질 않길 바랬으나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진부한 내용에 엉성한 스토리 전개가 영화 관람을 불편하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다만 그림 하나는 칭찬해야겠다. 그러나 화려한 컴퓨터그래픽 기술에 비해서 알맹..

읽고본느낌 2009.11.16

날아라 펭귄

기분전환을 할 겸 영화 '날아라 펭귄'(임순례 감독)을 보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인권영화라 하여 꼭 한 번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영화는 네 개의 에피소드로 되어 있다. 초등학생 아이의 교육에 올인하는 엄마와 힘들어하는 아이, 채식주의자면서 술을 못하는 신입사원의 힘든 회사 생활, 자식들과 마누라를 미국에 보낸 기러기 아빠 이야기, 노부부의 갈등과 황혼이혼 이야기가 순서대로 전개된다. 부와 사회적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이면에는 고통 받고 소외된 이들이 있다.영화는 지금 우리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자성케 한다. 학원을 대여섯 개나 다니면서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초등학생 아이는 식물을 가위로 자르고 거북이를 높은 데서 떨어뜨리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욕구불만을..

읽고본느낌 2009.10.18

UP

휴가 마지막 날, 아내와 시내 나들이를 했다. 먼저 대한극장에서 영화 '업'(UP)을 보았다. 픽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인데 그림이나 내용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모험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가는 할아버지 '칼'에게 극적인 순간이 찾아온다. 이 영화에서 가장 멋진 장면, 수천 개의 풍선으로 집을 하늘로 들어올리며 드디어 미지의 땅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이때부터 고난이 시작되고, 소년 '러셀'과 함께웃고 울리는 대모험이 시작된다. 재미와 감동을 함께 주는 동화 같은 애니메이션이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인생의 진정한 성공은 모험이나 성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얻어진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평생의 꿈을 쫓아 세상으로부터 탈출하지만 결국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다..

읽고본느낌 2009.08.21

슬플 때는 난 시골길을 걸어요

“슬플 때는 난 시골길을 걸어요. 그리고 나무를 가만히 껴안죠.” 영화 ‘세라핀’에 나오는 대사 중에서 유난히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 ‘세라핀’은 실존했던 비운의 화가 세라핀 루이(Seraphine Louis, 1864-1942)의 일생을 그리고 있다. 그녀는 수도원에서 생활하던 중 그림을 그리라는 신의 계시를 받고 수도원을 나온다. 그리고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해서 생계를 유지하며 밤에는 그림을 그린다. 정규 교육이나 그림 수업을 전혀 받지 않은 그녀의 내부에서는 마치 하늘의 명령처럼 그림에 대한 열정이 분출되어 나온다. 그녀의 그림 소재는 꽃과 나무다. 가난한 그녀는 흙이나 천연염료로 물감을 만들어서 그림을 그린다. 심지어는 교회의 성모마리아상 앞의 촛농을 훔치기도 하고, 동물의 피를 구해서 자..

읽고본느낌 2009.06.24

안토니아스 라인

좋은 영화를 한 편 보았다. 10여년 만에 재개봉한 '안토니아스 라인(Antonia's Line)'이다. 안토니아와 그 아래로 이어지는 여성 4대의 연대기로 네델란드 농촌 마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내용이 인생의 의미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이 영화는 여러 시각에서 볼 수 있겠으나 나에게는 여성성에 의한 자유와 해방의선언으로 읽혀졌다. 종교나 지성이나 가정의 틀보다 우선되는 것은 자연의 싱싱한 생명력이다. 그런 점에서는 자연주의를 찬양하는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다. 여성성과 자연주의는 상통하는 바가 많다. 자유와 해방을 상징하는 여러 장면들이 있다. 신부가 위선적인 강론을 할 때 당당히 퇴장하는 안토니아, 강의중인 교수를 향해 더 배울 것이 없다고 뛰쳐나가는 테레사의 행동 등은 기존의 체제에 대한 항거라고..

읽고본느낌 2009.05.11

그때 이랬다면

세상사는 뒤엉킨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한 사건이 일어나는데는 온 우주가 관계한다. 그것을 어떤 사람은 우연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필연이라고 한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 지구별에 호모사피엔스가 나타나게 된 것도 기적 같은 사건들이 겹쳐서였다. 그중 하나만 없었어도 우리 존재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마치 벽돌 하나가 빠지면 전체 건물이 붕괴되는 경우와 같다. 우리는 인과의 그물망이라는 시공간에서 존재하고 있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 그런 장면이 있다. 한 남자가 늦잠을 잔다. 그가 급히 택시를 타는 바람에 한 여자가 택시를 놓치고 그녀는 커피를 마시며 다음 택시를 탄다. 길을 가던 택시가 화물차에 막혀 신호를 기다리고, 이때 연습실에서 나온 데이시의 신발끈이 풀린다..

읽고본느낌 2009.04.03

`워낭소리`를 보는 다른 시각

독립 다큐멘타리 영화인 '워낭소리'가 400만 가까운 관중을 동원하는 기적을 일으켰다. 감동은 입소문을 타고 번졌고 주로중년 관객들의 향수와 눈물샘을자극했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워낭소리'를 다른 시각에서 볼 수도 있다는 것을 K 씨의 글을 읽고야 알았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관점은 늘 신선하다. 사물이나 현상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지적해주는 것은 시야를 넓히는데 도움이 된다. '워낭소리'에 대한 K 씨의 짧은 소감은 이렇다. '나는 궁금하다. 지난 여름 내내 내 새끼에게 미친 소를 먹일 순 없다며 두 눈 부릅뜨고 소리치던 사람들이, 한우라면 없어서 못 먹는다는 사람들이, 평균 수명의 곱절을 살며 죽도록 일해야 했던 한우 이야기에 그토록 눈물을 흘리는 ..

읽고본느낌 2009.03.31

워낭소리

감동적인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이충렬 감독의 다큐멘타리 영화인 '워낭소리'다. 워낭은 소의 목에 매다는 방울인데, 맑게 딸랑거리는 워낭소리는 주술처럼 우리를 유년의 고향으로 안내해 준다. 경북 봉화에 사시는 여든 살의 최 할아버지에게는 30 년을 함께 살아온 늙은 소가 있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 년이라는데 이 소는 나이가 40 살이나 되었다. 할아버지와 소는 사람과 가축 이상의 끈끈한 정으로 맺어져 있다. 할아버지는 소를 위해서 농약도 치지 않고 농사를 짓는데 할머니보다 소를 더 챙긴다고 할머니로부터 늘 불평을 듣는다. 그리고 소는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의 수족이 되고 농기구가 되어 온 몸을 바쳐 헌신한다. 소에게도 할아버지에게도 삶은 힘들고 고통스럽기만 하다. 잘 걷지도 못하는 소는 죽기 직전까지..

읽고본느낌 2009.02.05

아내가 결혼했다

어렸을때 고향 마을에는 두 부인을 데리고 산 친구 아버지가 있었다. 작은집을 따로 둔 게 아니라 한 집에서 두 여자가 같이 살았는데 두 사람의 사이도 좋았다.전형적인 일부다처제의 모습이라 할 수 있는데 당시는 별로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철저한 유교 신봉국가인 조선에서 능력 있는 남자들은 알게 모르게 둘 이상의 여자를 거느리고산 게 사실이다. 일부일처제는 여자들에게만 족쇄로 작용했는지 모른다. 현모양처나열녀에 대한 칭송과 교육은여성은 오로지 가정과 남편에만 충실해야 한다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강화시키는기재들이 아니었을까.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며 살았지만 가끔씩은 회의를 해보게 되는 것 중에 일부일처제가 있다.젊어서 부부가 된 두 사람이 평생을 한 눈 팔지 않고 사랑하..

읽고본느낌 2008.11.01

널 만나 나를 사랑하게 되었어

"널 만나 나를 사랑하게 되었어!" - 영화 '누들' 포스터에 적혀 있는 말이다. 영화에 나오는 대사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주인공 미리의 마음을 이만큼 잘 나타낸 말도 없을 것 같다. 전쟁으로 남편을 두 번이나 잃은 미리에게중국인 아이가 맡겨진다. 그러나 아이 엄마는 불법체류자 단속에 걸려중국으로 강제추방되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와 동거하게 되며 미리는 아이와 인간적 교감을 나눈다. 거기에는 둘 다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리는 나이와 언어를 뛰어넘는 따스한 인간애를 보여주고,누들 또한 자신에게 사랑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미리를 믿고 따른다. 너무나 거칠어진 세상이어선지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약자에 대한연민과 보살핌이 더욱 가슴 따스하게 다가온다. 미리와..

읽고본느낌 2008.09.08

지구

결혼기념일을 맞아 아내와 외식을 하고 영화 '지구'를 보았다. 아내는 '맘마미아'를 보고 싶어했으나, 나는 자연 다큐멘타리가 좋아서'지구'를 선택했다. 그러나 보고 나서는 입장이 반대로 바뀌었다. 영상을 어디서 많이 보았다 싶었는데, 이 영화는 BBC에서 촬영한'살아있는 지구'라는 제목의 DVD와 내용이 중복되었기때문이다. 차라리 '맘마미아'를 보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큰 화면으로 보는 자연 다큐의 감동은 새로웠다. 화면은 지구를 북에서 남으로 훑어내려가며 웅장한 풍경과 다양한 동식물들을 보여준다. 특히 나이아가라 폭포와 남극의 오로라는 장관이었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싸우는 동물들의 모습에서는 가슴이 아팠다. 배가 고파 바다코끼리를 공격하는 북극곰, 물을 찾아 이동하는 아프리..

읽고본느낌 2008.09.07

Wall-E

영화 'Wall-E'를 보았다. 대부분의 SF 영화가 무자비한 살륙전을 벌이는 우주인과의전쟁터를 무대로 하는데, 이 'Wall-E'는따스하고 희망적인우주를 그리고 있다.인간에 의해서 지구가 황폐화되었지만, 사랑은 로봇에 의해 되살아나 지구는 다시 초록빛 행성으로 변한다. 영화는 두 로봇 'Wall-E'와 'Eve'의 가슴 따스한 사랑 이야기면서 문명 비판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다. 'Wall-E'는 인간이 떠난 지구에남아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한다. 지구는 황폐화 되었고 온통 문명의 폐기물로 가득하다. 그런데 'Wall-E'는 사랑도 느낄 줄 아는 감성적인 로봇이다. 어느 날 하늘에서 내려온 하얀색의 귀여운 탐사 로봇 'Eve'와 마주친 순간 사랑에 빠진다. 'Eve'를 뒤쫓아 우주로 날아가는 'W..

읽고본느낌 2008.09.02

님은 먼 곳에

씨너스 이수에서 영화 '님은 먼 곳에'를 보았다. 경상도 종갓집 며느리인 순이(수애)는 손자를 바라는 시어머니 등살에 매달 군대 간 남편을 면회 간다. 그러나 애인이 따로 있는 남편은 순이를 무시하고 잠자리도 같이 하지 않는다. 어느 날 남편은 연락도 없이 베트남으로 떠나고, 순이는 어쩔 수 없이 시어머니 대신 베트남으로 가야하는 처지가 된다. 나중에는 기필코 남편을 찾겠다는 오기가 생겨군 위문단의 일원이 되어 베트남에 상륙한다. '써니'라는 예명을 가진 가수가 되어우여곡절을 겪으며 결국 전쟁터 한가운데서 남편을 만나는데... 이 영화는 관객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영화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세상을 구원하는 여성성(女性性)을 읽었다. 영화는 ..

읽고본느낌 2008.07.26

삶을 이길 수는 없죠

'44 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한 부부 그랜트(고든 빈센트)와 피오나(줄리 크리스티)에게 뜻하지 않은 불행이 찾아온다. 아내 피오나가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것. 피오나는 자진해서 요양원에 입원하고, 그랜트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결정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기억을 잃은 피오나가 요양원에서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랜트는 피오나에게서 잊혀진다. 그는 둘을 바라보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절망한다. 아무리 애써도 아내의 기억을 되살릴 수 없음을 알게된 그랜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 아내를 보내주는 것임을 깨닫게 되는데....' 미로스페이스에서 영화 'Away from Her'를 보았다. 70대의 노부부 사랑 이야기지만 영화를 보고난 느낌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산다는 것..

읽고본느낌 2008.04.02

마지막 선물

무료한 겨울 오후, 아내가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딱히 보고 싶은 영화도 없었지만둘이서 집가까이 있는영화관으로 나갔다.상영되는 여러 편의 영화중에서 고른 것이 '마지막 선물'... '마지막 선물'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가족 영화라 할 수 있다. 마치 안방에서 TV 드리마를 보는느낌이 들었다. 얘기의 전개나 설정에 작위성이 나타나지만 가족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늘 함께 있지만 그 소중함을 잊게 되는 가족, 그러나 결정적 순간에는 목숨까지 내어줄 수 있는 관계가 가족이다. 한 마디로 딸을 살리기 위한 두 아빠의 노력이 눈물겹다. 감정이 둔한 나도 몇 번인가 눈물이 주루룩 흘러 내렸다. 고등학교 친구 사이인 영우(허준호)와 태주(신현준)는 한 명은 경찰로, 한 명은 살인죄를 지은 무기수로..

읽고본느낌 2008.02.13

Fur

잘 나가는 패션잡지 사진사인 남편 '앨런'의 조수이자 헌신적인 가정주부로 살아가던 '디앤'은 평온하지만 왠지 갑갑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 윗층에 기이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신비로운 남자 '라이오넬'이사를 오고 그에게 아찔한 호기심과 매력을 느끼게 된 '디앤'은 그를 만나기 위해 이웃들의 사진을 찍고 싶다는 핑계로 윗층을 찾게 된다. 차츰 '라이오넬'과 그의 기이한 친구들과도 가까워진 '디앤'은 한없이 다정하고 독특하며 예술적인 '라이오넬'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라이오넬' 역시 자신을 특별한 한 남자이자 인간으로 대하는 '디앤'을 열혼으로부터 사랑하게 되지만 그는 선천적인 특이함으로 인해 호흡곤란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디앤..

읽고본느낌 2008.01.27

어거스트 러쉬

부원들과 같이 단성사에서 영화 '어거스트 러쉬'를 보았다. 가족애를 바탕에 깐 음악 영화인데 몇 장면에서는 눈물이 글썽거릴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끝나고 나니 미국 영화답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스토리 전개에서억지스러운 점이 보인 것, 그리고주제의 깊이가 보여지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 어거스트 역을 맡은 주인공 소년의귀여운 연기도 좋았다. 음악의 천재인 그는 무엇이든지 두드리면 음악이 된다. 우리가 무심코 흘러 지나치는 소리에서 리듬을 발견하고음악으로 연결하는 재능은 무척 부러웠다. 음악이야말로 신의 목소리라고 한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님을 실감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음악이 아름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어거스트 러쉬의 말, "음악은 항상 우리 곁에 있어요. 귀 기울기만 하면 되요."

읽고본느낌 2007.12.15

원스

신촌 메가박스에서 영화 '원스'를 보았다. 금년은 영화를 많이 보고 있다. 몇 년 가야 한 편의 영화를 보기도 힘들었는데, 올해는 벌써 여섯 편인가의 영화를 보았다. 원스는 음악 영화인데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따스하다. 연인과의 이별이라는 아픈 과거를 가진 두 젊은 남녀가 만나고 좋아하고, 그리고 나중에는 각각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소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별한 스토리도 없고, 감동을 주는 장면도 별로 없는 어찌 보면 밋밋하기까지한 영화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에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끝난단 말이야 하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 영화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다.인생은 요란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는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인생의 뭔가 쓸쓸한 면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읽고본느낌 2007.12.04

라비앙 로즈

최근에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 두 편을 보았다. 하나는 ‘카핑 베토벤[Copying Beethoven]’이었고, 다른 하나는 ‘라비앙 로즈[La Vie en Rose]'이었다. ‘카핑 베토벤’은 친구가 워낙 강력히 추천하여 보게 되었는데 기대가 컸던 탓이었는지 실망을 했고, 우연히 보게 된 ‘라비앙 로즈’에서는 의외의 감동을 받았다. 영화를 자주 보지 않으니 구체적으로 영화를 평가할 자격이 없지만, 앞의 영화는 인간의 내면 묘사나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뭔가 부족함이 느껴졌다. 비하여 ‘라비앙 로즈’는 한 인간에 대한 감동과 함께 탄탄한 짜임새가 있어 좋았다. 사실 에디트 삐아프라는 가수도 그녀의 노래에 대해서도 무지한 가운데서 영화를 보았는데, 파란만장한 그녀의 일생은 인간으로서의 연민과 공감을 불러일으..

읽고본느낌 2007.11.25

외면한 자의 부끄러움

'화려한 휴가'를 보았다. 영화의 몇 장면에서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당시 실제 상황은 영화의 묘사보다도 더 비참했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영문도 이유도 모른 채 죽고 다친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민다. 거대한 폭력 앞에서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작은 소망들은 산산히 부서진다.마음을 먹먹하게 하는 영화다. 1980년 그때에 내 나이는 스물여덟,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보도로 접하는 광주의 모습이 사실인 줄만 알고 믿었던 여느 사람과 똑 같았다. 그 뒤로 광주의 실상을 전하는 사진전을 보고얘기도 들었지만 반신반의하며 애써 외면했다. 그저 남의 땅의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었을 뿐이었다. 지금은 그것이 한없이 부끄럽다. 당시 작전에 투입되었던 군인들이 2만 명 가까..

읽고본느낌 2007.08.14

밀양

중앙시네마에서 영화 ‘밀양’을 보았다. ‘밀양’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이다. 그만큼 화제작인데다 인간의 고통과 구원에 대한 메시지가 들어있다고 해서 관심이 컸다. 그런데 왠 일, 300석 가까운 좌석에 고작 10여명이 앉아서 영화를 보았다. 아무리 이른 저녁 시간이지만 텅 빈 좌석이 너무 쓸쓸했다. ‘밀양’은 고통과 용서라는 무거운 주제를 그런대로 잘 소화해 낸 작품이었다. 직접적으로는 한 인간에게 가해진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의 무게에 가슴 아팠고, 더 나아가서는 고통을 대하는 종교와 종교인들의 태도와 한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전도연이 분한 신애는 극한의 고통에 몰리고 결국 신앙에서 도피처를 찾는다. 그러나 유괴범을 면회 갔을 때 유괴범이 천연덕스럽게 하나님으..

읽고본느낌 2007.06.05

디어 평양

명동 CQN에서 ‘디어 평양’을 보았다.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재일동포 양영희 감독은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15살에 제주도를 떠나 일본에 정착, 해방을 맞은 후 북한을 조국으로 선택한 열렬한 조총련 간부였다. 결혼 후 부부는 함께 열정적인 정치 활동을 편다. 자식은 넷을 두었는데 10대의 오빠 셋은 아버지의 신념에 따라 북한으로 보내지고, 남은 딸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버지는 딸에게 서운해 하며 부녀간의 소원함으로 이어진다. 그때는 아버지와의 대화는 고사하고 밥상에 마주앉는 것도 싫었다고 한다. 후에 딸은 북한을 오가며 오빠들과 그 가족들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는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와도 화해하고 아버지의 신념과 결단을 이해하게 된다. ‘디어 평양’은 사적인 한 가족의 이야기지만 ..

읽고본느낌 2006.12.13

아일랜드

비디오로 영화 '아일랜드'를 보았다. 가까운 미래의 인간복제를 다룬 SF 영화지만 지금의실제 상황이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소재여서 실감나게 볼 수 있었다. 특히 황우석 사태로 민감해진 상황이라 더욱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지구상에 일어난 생태적인 재앙으로 인해 일부만이 살아남은 21세기 초반, 자신들을 지구 종말의 생존자라 믿고 있는 링컨과 조던은 수백 명의 주민들과 함께 부족한 것이 없는 유토피아에서 빈틈없는 통제를 받으며 살고 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부터 몸 상태를 점검 받고, 먹는 음식과 인간관계까지 격리된 환경 속에서 사는 이들은 모두 지구에서 오염되지 않은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 추첨이 되어 뽑혀 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매일 같이 똑 같은 악몽에 시..

읽고본느낌 2006.02.18

웰컴 투 동막골

며칠 전에 극장에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보았습니다. 제 기억이 맞는다면 한국영화를 영화관에서 본 것은 군대 있을 때 외출 나가 본 ‘겨울여자’ 이후 거의 30 년만입니다. 두 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게 집중하며 볼 수 있었으니 한국영화도 이제 많이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군데군데 어색하고 어설픈 장면들도 있었지만 크게 트집 잡을 일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무엇이었느냐고 같이 영화를 보았던 아내에게 물었더니 ‘꽃을 꽂은 소녀’가 총에 맞아 숨을 거두는 장면이었다고 합니다. 그 소녀를 안고 한 동막골 주민이 “이 아이를 어찌 할까요?”하는 말이 애절하고 감동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저도 역시 그 장면에서 눈물이 어렸습니다. ‘꽃을 꽂은 소녀’는 “아파, 아파”라고 하면서 둘러싸고..

읽고본느낌 2005.09.13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가족과 함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다. 며칠 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영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더니 큰 아이가 표를 끊어온 것이다. 오래 전이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나이였으니까 20년 전쯤 되었을 것이다. 그때 ‘미래소년 코난’이라는 만화 영화가 일요일 아침에 방송되었는데,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코난의 다음 편 때문에 일요일이 무척 기다려졌었다. 지금은 줄거리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대전쟁을 치르고 난 뒤의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였는데 아름다운 색채로 그려진 자연과 동심의 순수함과 문명 비판 등이 어우려져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무척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만화 영화하면 나에게는 코난이 제일 먼저 연상된다. 영화관에 자주 가는 편이 아닌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읽고본느낌 2004.12.31

아홉살 인생

비디오로 ‘아홉살 인생’을 보았다. 6, 70년대쯤 되는 경상도 어느 중소도시의 작은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 이야기인데, 서울에서 우림이라는 예쁘고 똑똑한 여자아이가 전학을 오고 그동안 아이들의 대장 노릇을 해 온 여민이 우림을 좋아하게 되면서부터 벌어지는 아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40대 이상의 어른들이라면 대부분 옛 추억에 잠기게 하는 내용으로 각자의 아홉살 시절을 되새겨 보게 한다. 다만 이 영화에서도 어른같은 아이들과 철없는 어른들의 대립 구도가 신경을 좀 거슬리게하는데 아이들을 소재로 하는 영화에서는 꼭 모자라는 어른들이 아이들과 대비되어 그려지는지 모르겠다. 나는 60년대에 경상도 산골 지방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한 학년에 두 학급씩 있었는데 유교적 전통이 강해서 그랬는지 항상 ..

읽고본느낌 2004.08.08

그리스도의 수난

어제 밤에 본당에서 '그리스도의 수난'(The Passion of the Christ)을 상영했다. 많은논란과 화제가 된영화라서 보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되었다. 조금은 소란스러운 분위기, 작고 선명하지 못한 화면 등이 흠이었지만 꼭 옛날의 시골 극장같은 분위기여서 색다른 맛이 있었다. 영화는 그리스도의 체포로부터 죽음까지 하루도 못 되는 마지막 시간을 다루고 있는데 성서에 충실하게 당시 상황을 재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사람들의 말이 당시에 사용되었다는 아람어와 라틴어로만 되어 있어 더욱 실감이 났다. 미국에서논란이 되었다는 예수의 죽음에 대한 유대인의 책임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 대체로 성서에서 묘사한 것과 차이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성서의 기술을 그대로 따라 영화를..

읽고본느낌 2004.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