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에는 식물성 냄새가 난다 야생의 들짐승 야생의 날짐승 그리고 야생의 여자 야생의 수생짐승 그들을 안아볼 때마다 야생에는 식물성 냄새가 난다 어두운 밤길에서 만나는 산짐승의사나운 눈빛도 밤의 숲 속 짐승들의 거친 교미도 저들끼리 싸워 피 흘릴 때도 나무들이 뿜어대는 뜨거운 열기인 양 야생에는 식물성 냄새가 난다 저들은 분리되지 않은 그리고 분화도지 않은 무수한 촉수와 날카로운 긴장의 그물을 가졌다 대상과도 자신의 몸과도 동물은 사람뿐이다 - 야생 / 백무산 그래 그래 하며 술술 읽히던 시가 마지막 구절에 이르러 뒤통수를 친다 - '동물은 사람뿐이다'. 시인은 식물과 동물로 나누는 대신에 식물성이란 표현을 쓴다. 식물성이란 분리되지 않은, 분화되지 않은 자연과 하나된 상태를 가리키는 듯하다. 그것은 자연..